‘“행복이란 나는 새와 같아서 잡으려고 손을 내밀면 포르르 날아서 한 계단 높은 곳에서 나 잡아 보라고 손짓해 부르지요. 새를 잡는 것보다 새를 잡으려고 한 계단 한 계단 새를 따라 올라가는 그 과정 자체가 행복인지도 모르지요.” 장차 아내가 될지 모르는 여인의 예쁜 대답에 홀딱 반해 버린 나. 우리는 만난 지 7개월 만에 결혼해 새를 잡으려고 밑바닥에서부터 한 계단 또 한 계단 새를 쫓아 열심히 살았지요.’(정한식 할아버지의 자서전 ‘나의 삶, 나의 청춘’ 중에서)
여든 다섯의 노신사는 57년 전 맞선 자리에서 아내를 처음 본 순간을 떠올렸다. ‘행복’이라는 주제로 자서전을 쓰면서 오랜만에 끄집어낸 추억이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다 돼가지만, 아내가 수십년 전 강조했던 ‘행복론’은 가슴 깊숙한 곳에 새겨져 있다.
정 할아버지는 경기 의왕시 ‘사랑채노인복지관’에서 지난해 7월부터 2개월 동안 자서전 쓰기를 배웠다. 사돈이 수년전 자서전을 낸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 6·25전쟁 때 행정병으로 복무하면서 각종 공적서를 도맡아 쓸 정도로 한글 실력을 인정 받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쓰려니 쉽지 않았다. 그는 “자서전은 특별한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처음에는 잘 써지지 않았다”며 “점차 익숙해지면서 그동안 아쉽거나 즐거웠던 기억 등이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정 할아버지를 비롯한 8명의 어르신은 지난해 자신들의 인생을 돌아보는 데 힘썼다.
처음에는 ‘누가 읽기나 할까’, ‘가족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등 ‘잡념’이 많았다. 힘겨웠던 옛 시절을 떠올려야 하는 점도 글 쓰기를 주저하게 했다.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행복, 아버지, 어머니 등 10여개에 달하는 주제로 나눠 지난날을 되짚어 본 끝에 최근 한 권의 책이 탄생했다. 자서전 쓰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기도 했다.
김숙자(72) 할머니는 “자서전을 쓰고 나서 마음 속에 맺혔던 멍울이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로선 흔치 않게 미술대를 졸업했지만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반대해 곧장 결혼했다. 가슴 한구석에 자리했던 한은 3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쓰며 위안을 얻었다. 김 할머니는 “후회, 원망을 다 씻어냈다. 이젠 40대 같은 마음으로 희망을 쓰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26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어르신 자서전 쓰기’는 2012년 4월 서울 관악구에서 처음 시도해 6명의 자서전을 펴낸 뒤 전국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어르신들이 지나 온 길을 정리하고 여생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랑채복지관에서 자서전 쓰기 수업을 진행한 소설가 김우남씨는 “‘내가 무슨 자서전을…’ ‘뭐 쓸 게 있나’라고만 생각했던 어르신들이 기억을 더듬어가며 삶을 정리해 자연스럽게 ‘웰 다잉(아름다운 임종)’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효과”라고 말했다.
글·사진=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여든 다섯의 노신사는 57년 전 맞선 자리에서 아내를 처음 본 순간을 떠올렸다. ‘행복’이라는 주제로 자서전을 쓰면서 오랜만에 끄집어낸 추억이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다 돼가지만, 아내가 수십년 전 강조했던 ‘행복론’은 가슴 깊숙한 곳에 새겨져 있다.
정 할아버지는 경기 의왕시 ‘사랑채노인복지관’에서 지난해 7월부터 2개월 동안 자서전 쓰기를 배웠다. 사돈이 수년전 자서전을 낸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 6·25전쟁 때 행정병으로 복무하면서 각종 공적서를 도맡아 쓸 정도로 한글 실력을 인정 받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쓰려니 쉽지 않았다. 그는 “자서전은 특별한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처음에는 잘 써지지 않았다”며 “점차 익숙해지면서 그동안 아쉽거나 즐거웠던 기억 등이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정 할아버지를 비롯한 8명의 어르신은 지난해 자신들의 인생을 돌아보는 데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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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식 할아버지(왼쪽)와 김숙자 할머니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나의 삶, 나의 청춘’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숙자(72) 할머니는 “자서전을 쓰고 나서 마음 속에 맺혔던 멍울이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로선 흔치 않게 미술대를 졸업했지만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반대해 곧장 결혼했다. 가슴 한구석에 자리했던 한은 3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쓰며 위안을 얻었다. 김 할머니는 “후회, 원망을 다 씻어냈다. 이젠 40대 같은 마음으로 희망을 쓰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26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어르신 자서전 쓰기’는 2012년 4월 서울 관악구에서 처음 시도해 6명의 자서전을 펴낸 뒤 전국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어르신들이 지나 온 길을 정리하고 여생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랑채복지관에서 자서전 쓰기 수업을 진행한 소설가 김우남씨는 “‘내가 무슨 자서전을…’ ‘뭐 쓸 게 있나’라고만 생각했던 어르신들이 기억을 더듬어가며 삶을 정리해 자연스럽게 ‘웰 다잉(아름다운 임종)’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효과”라고 말했다.
글·사진=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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