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은행권에서 돈을 빌려 전세금을 올려주면서 나타나는 가계부채 급증을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연 수입 7000만원의 월세 세입자까지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장기적인 방향은 맞지만 단기적으로 월세 주택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월세 거래량은 총 137만3172건으로 2012년(132만3827건)에 비해 3.7% 증가했다.
이는 전세난으로 매물 부족이 심화하면서 월세가 가파르게 증가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월세 거래량은 54만388건으로 2012년(45만122건)보다 20.0%나 증가했다. 전세는 2012년 87만3705건에서 지난해 83만2784건으로 4.7% 줄었다. 월세 거래가 늘면서 2011년 전·월세의 비율이 각각 67.0%, 33.0%에서 지난해 60.6%, 39.4%로 월세 비중이 커졌다.
정부가 26일 총 급여액 7000만원 이하 근로자에 대한 월세 임대료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 시민이 서울 잠실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걸린 시세표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 ‘공공임대리츠(부동산사모펀드)’를 활성화하고, 2주택 이하 보유자가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이면 14% 정도의 단일 세율로 소득세를 분리 과세키로 했다.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을 보증금 3억원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 전셋값이 평균 3억원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대출이 끊긴 서민들이 사채를 쓰는 상황도 올 수 있어 가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세액 공제 대상을 연소득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하면 집주인들이 월세를 높이려는 ‘조세 전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태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월세 가격 추이를 보면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세 전가를 하려면 임대인이 우위에 있는 시장에서 가능한데 월세가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쉽게 전가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집값이 내리고 전셋값이 높아져 ‘깡통대출’ 문제가 나타나면서 금융권에서 언제까지 전세대출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차가(借家)시장에서 월세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은 맞지만 단기간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이전 대책을 한데 모아 놓아 차별성이 없고, 구체성도 떨어진다”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려면 최소 1년 이상 주택 건립 기간이 필요하고, 서울과 같이 임차수요가 많은 지역에 양질의 임대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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