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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베 총리의 승부수와 지정학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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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15 22:01:05 수정 : 2014-06-15 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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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문제’ 매달린 아베 대북행보, 북핵 해결 등 공통 가치관 무시
국익 우선주의에 거대이념은 사라져
토머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강력한 공통 권력이 없는 자연 상태에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자연 상태에서는 정의도 법도 없고 오직 폭력과 속임만이 난무한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에 대해 전쟁을 하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것도 부당한 것이 될 수 없다. 옳고 그름의 관념, 정의와 불의의 관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전쟁에서 요구되는 덕은 오로지 폭력과 속임이다.”

김용출 도쿄 특파원
작금의 국제질서는 홉스의 지적과 놀랍도록 유사해 보인다. 자연상태의 ‘개인’을 ‘국가’로 치환해보면 영락없이 현재 국제사회의 모습이다. 국가체계를 넘는 거대담론이나 공통의 가치관은 사라지고 국가주의적 국익 주장만 분출하는 게 오늘 아닌가. 이는 일본 열도에서도 확연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조만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을지 모른다. 각료들이 아베 총리의 방북설을 잇달아 제기한 데 이어 그 자신도 이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외교가 안팎에선 9월 방북설이 파다하다.

하지만 이번 대북 교섭은 정치적인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 잘 해결되면 국가적 과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장기집권의 기반이 되겠지만, 자칫 성과가 없으면 그동안 얻은 성취마저 잃을 수 있다. 바로미터는 납치 피해자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의 생존 여부가 될 것이다. 2002년과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5명의 납치피해자를 귀국시켰음에도 미완으로 평가된 것도 다 메구미 때문이었다.

아베 총리의 최근 모습은, 납치 문제에 대한 인연과 집념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핵 및 미사일 실험 때마다 유엔 제재 이외의 추가적인 독자 제재를 강행하던 과거 모습과 다르다는 건 분명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의 지배’를 강조한 초기 ‘가치관 외교’와도 한참 다르다.

국제질서 차원에서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북핵 ‘대북 공조’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해온 그가 납치 문제 해결을 이유로 대북 제재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틀을 흔드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납치 문제의 전면 해결을 위해선 북한에 상응하는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대북 공조나 6자회담 틀의 균열은 자명해 보인다.

일본만 그런 게 아니다. 러시아는 오랜 이웃이자 냉전시대 소련의 일원이던 우크라이나로부터 60년 전 우호의 상징으로 넘겨준 크림반도를 빼앗았다. 중국도 석유 시추 문제로 같은 사회주의국가 베트남과 극한 갈등을 벌이면서도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거대 이념은 사라지고 ‘지정학(地政學)’이 부활한 것이다. 냉전 종식 후 부활하던 지정학은 최근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 수준을 넘어 더욱 강력하고 다양해진 모습이다.

우리에게는 ‘지정학 시대’가 냉전보다 더 위험하다. 냉전 때야 거대 이념에 따라 한 진영에만 포섭되면 안전을 보장받았지만, 지정학 시대에는 전략적 다양성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미국과 중국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틀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대외 전략 및 외교가 절실한 이유다.

근본적으론 지정학 시대에 맞서는 새 담론과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방향성은 아마 ‘다름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공존을 추구하는 ‘화쟁(和爭) 공동체’로서 동아시아 공동체, 더 나아가 세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될 터다. 국제연맹의 첫 제창자로 평가받는 이마뉴엘 칸트는 ‘영구평화론’에서 다음과 같이 격려하고 있지 않는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 상태는 자연상 태가 아니다. 자연 상태란 전쟁의 상태이다. 이것은 적대행위가 계속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중단 없는 전쟁의 위협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화 상태는 정초되어야 한다.”

김용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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