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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의천기누설] 10월8일 밤 월식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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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6 20:29:35 수정 : 2014-10-06 20: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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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월식 관측행사 열려
무던히도 달을 좋아하는 우리
10월8일 오후 6시14분 달의 일부가 지구 그림자에 가리는 부분월식이 시작되고 이어서 오후 7시24분 달 전체가 지구 그림자에 가리는 개기월식이 시작된다. 일몰시각은 오후 6시6분, 월출시각은 오후 5시57분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월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개기월식은 오후 8시24분, 부분월식은 오후 9시34분에 각각 끝나게 된다.

특히 각 방송사 저녁 뉴스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 때문에 이번 월식은 큰 화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가 중심이 돼 전국의 시민천문대와 과학관에서 일제히 월식 관련 행사를 마련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더 많은 국민들이 월식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월식은 지구 그림자 속으로 달이 들어가면서 일어난다. 따라서 월식은 지구를 중심으로 달이 해의 반대편에 있는 보름 때만 일어나게 된다. ‘이번 월식은 마침 보름날 일어나…’같은 기사는 잘못된 것이다. 월식은 지구의 공전궤도 면과 달의 공전궤도 면이 어긋나 있기 때문에 매월 보름날 꼬박꼬박 일어나지 않는다.

인류가 일식과 월식을 정확히 예고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수백년 전이다. 참고로 일식은 영어로 ‘solar eclipse’, 한자로 ‘日蝕’같이 적고 월식은 영어로 ‘lunar eclipse’, 한자로 ‘月蝕’같이 적는다. 옛날에는 해를 먹어간다는 의미로 일식을 ‘日食’ 같이 적기도 했었다. 식당 메뉴와 똑같았던 것이다.

일식은 해와 지구 사이에 달이 들어와 일어나게 된다. 즉 일식은 밤에 달이 뜨지 않는 그믐날에만 일어나게 된다. 개기일식은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현상, 부분일식은 일부만 가리는 현상을 각각 의미한다. 개기일식은 몇 분이 고작이지만 부분일식은 몇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해와 달의 겉보기 크기가 같기 때문에 개기일식이 일어나면 해 표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너무 희미해서 보이지 않던 코로나를 볼 수 있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Corona’같이 적는데 왕관을 의미한다. 즉 영어 ‘crown’의 원조다. 개기일식 때 마치 왕관처럼 보이는 모습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게 됐다.

우리나라는 적도에서 멀기 때문에 일식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개기일식은 아주 희귀해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은 2035년 9월2일에 예정돼 있다. 이날 평양에서 원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가까운 지역에서 봐야 개기일식을,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보면 부분일식을 보게 된다. 설마 그때까지야 남북통일이 되지 않겠는가. 그날 날씨가 흐리면 어떻게 하나 나는 지금부터 걱정하고 있다.

우리 동양에서 달은 ‘음’의 기운을, 해는 ‘양’의 기운을 상징한다는 통념이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달은 ‘태음’, 해는 ‘태양’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음은 한자로 ‘陰’, 양은 한자로 ‘陽’같이 적기 때문에 태음은 ‘太陰’, 태양은 ‘太陽’이 된다. 오늘날 해는 태양이라고 하면서 달은 태음이라고 하지 않아 듣기에 어색하다. ‘해와 달’이 ‘태양과 달’보다 더 잘 어울리지 않는가?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고 해야지 ‘태양과 달이 된 오누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우주에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나는 언제나 해, 달, 별이 있다고 대답한다. 과학적으로도 틀리다고 할 수 없을뿐더러 유치원 아이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해와 달의 크기가 같은 덕에 음과 양도 동등한 자격을 갖추게 됐다. 즉 음과 양은 어느 하나가 좋고 다른 하나는 나쁜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양의 경우는 다르다. 서양에서 낮은 신이, 밤은 악마가 지배한다는 통념이 자리매김하게 됐던 것이다. 따라서 밤의 상징인 달은 자연스럽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라틴어로 해를 ‘Sol’, 달을 ‘Luna’라고 한다. 영어로 정신병을 ‘lunacy’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바로 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지어 정신이 나간 상태를 ‘moonstruck’, 즉 달에게 얻어맞았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태곳적부터 형성된 이 동서양 간의 차이는 오늘날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동양에서는 달이 밝으면 달맞이를 가는데 서양에서는 그것이 자살행위처럼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름달은 서양인들에게 거의 공포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예를 들어, 13일 금요일에 보름달까지 뜨게 되면 사람들이 외출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정도다. 10월 말 핼러윈 역시 보름달과 겹쳐야 최고로 쳐주는 것이다. 서양의 이야기 속에서는 유령이 나타나거나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것이 모두 보름날 밤에 이루어진다.

여기에 반해 동양에서는 보름달이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처녀귀신이나 도깨비는 달이 없는 그믐 무렵에나 활동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동서양의 개념이 마구 뒤섞여 보름달을 배경으로 악마의 상징인 늑대가 우는 광경이 동양 영화에도 나오게 됐다.

달은 정말 우리한테 정겨운 천체다. 어떻게 보면 대낮의 화려한 해보다 우리 정서에 더 맞는 천체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동양화에 달은 자주 등장하지만 해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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