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석재의천기누설] 국제천문올림피아드 제패…

관련이슈 박석재의 천기누설

입력 : 2014-11-03 21:29:34 수정 : 2014-11-03 21:42:44

인쇄 메일 url 공유 - +

올림피아드와 전공은 별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지난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2014년 제19회 국제천문올림피아드(The 19th International Astronomy Olympiad, 19th IAO)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위의 성적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는 17개국 학생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는데 우리나라는 7명 전원이 메달을 획득해 종합 1위를 달성한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는 동양의 천문학 종주국 위치를 지켜온 ‘천문강국’이다. 그 DNA가 어디 가겠는가.

올림피아드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우수한 선배들 뒤를 잇는 전통이 형성됐고, 이들을 지도하는 천문학자들은 여러 가지 노하우를 소유하게 됐다. 진심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제천문올림피아드 제패를 축하한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한국천문연구원장 시절 국내천문올림피아드 대회에서 내 이름으로 주는 상을 받은 학생이 있었다. 나중에 같이 근무하자고 덕담을 건넸더니 바로 옆에 있던 부모가 아이를 유혹하지 말라며 내 말을 잘랐다. 나는 짐짓 눈치를 챘지만 부모에게 물었다.

“이렇게 잘하는 ○○가 왜 천문학을 못하게 합니까?”

“○○가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이유는 의대에 가기 위해서지 천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애하고도 약속했어요. 상 받으면 천문학은 잊어버리기로….”

“○○가 천문학을 안 한다니 참 아쉽네요. 제가 봐서는 큰 학자가 될 것 같은데….”

“저…, 사실…, 천문학자는 별 볼 일 없잖아요.”

그 부모는 하기 힘든 말까지 하며 배틀을 키웠다.

“저희는 별 보는 것이 직업인데, 별 볼 일 없다고 하면 어쩝니까.”

“그 별 말고요…, 천문학자가 돈을 많이 법니까, 권력이 있습니까.”

“○○가 한창 활약할 시기는 30년 뒤인데 그때도 천문학자가 별 볼 일 없을지 부모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그러자 그 부모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돌았다.

“30년 전에도 천문학자는 별 볼 일 없었잖아요.”

“그, 그랬나요?”

“그러니까 30년 후에도 별 볼 일 없을 것 아녜요.”

기가 막히게 논리적이다.

“그런데 요즘 3년 동안 과거 30년만큼 세상이 바뀌거든요.”

나름대로 반격을 해봤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나는 ○○를 바라보고 눈으로 물었다.

‘너 진짜 천문학 싫어? 의대 가고 싶어?’

○○는 분명히 눈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천문학 하고 싶어요.’

그 아이 정도면 ‘별이 씌운’ 것이다. 다른 말로 ‘별내림을 받은 것’이다. 천문학을 그만두기에 너무 아까웠다. 나는 늘 무인에게 ‘무골’이 있듯이 천문학에는 ‘천골’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말을 들은 해양연구원장이 “그럼 우리는 ‘해골’이 있어야겠네” 해서 크게 웃은 적도 있었다.

물론 의사는 전통적으로 좋은 직업이다. 가끔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만큼 위대한 직업도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우수한 이과 학생들이 모두 의대에 갈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요즘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부모님 반대로 못했다는 의사들도 여럿 만났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 얼굴에는 후회가 가득했다. 내가 어렸을 때 천문학을 공부하겠다고 하면 모든 어른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효막심하고 선생님 말씀을 안 듣는 학생이라야 천문학 공부가 가능했다.

그런데 거의 40∼50년이 지난 지금도 청소년들이 같은 문제를 호소하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부모가 반대해서 고민이라는 메일을 한 달에 2∼3통은 받는다. 답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말한다.

‘너희들은 하소연할 데나 있지.’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나는 천문학자로서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다. 동서양 천문학을 기반으로 칼럼을 쓰고 강의를 하며 소설도 쓴다. 최근에는 개천사상을 되살리기 위해 인문학 강좌까지 하고 다닌다. 이 정도면 나름대로 애국도 하는 것 아닌가.

강적 ○○ 부모와의 배틀 마지막 부분을 소개하며 칼럼을 맺는다.

“그런데 원장님 자녀들은 뭐 하세요?”

“우리 애들은 천문학 안 합니다.”

“그것 보세요. 그런데 왜 우리 ○○한테는 천문학 하라고 권하세요?”

이제 도덕적으로 의심받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우리 애들은 저를 안 닮았나 봐요. 어렸을 때 별도 많이 보여줬는데…. 몇 번 권하다 싫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계속 째려보는 ○○ 부모에게 변명처럼 말했다.

“그래도 애들은 모두 이공계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도 물리학자고요.”

○○ 부모의 최후 펀치가 날아들었다.

“천문학자들은 밤에 별을 봐서 이혼율도 높다던데….”

“누, 누가 그럽니까? 대부분 잘들 버티고 있습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고윤정 '깜찍한 볼하트'
  • 고윤정 '깜찍한 볼하트'
  • 오마이걸 효정 '사랑스러운 하트 소녀'
  • 신현지 ‘완벽한 비율’
  • 노정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