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석재의천기누설] space, universe, cosmos

관련이슈 박석재의 천기누설

입력 : 2014-12-01 20:41:17 수정 : 2014-12-01 20:41:17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동서양의 미묘한 차이
이 세 단어는 우리말로 똑같이 ‘우주’라고 번역돼 자주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 똑같이 우주지만 같은 우주가 아니다.

스페이스(space)는 ‘인간이 갈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따라서 우주 로켓, 우주 특파원, 우주 전쟁은 각각 space rocket, space reporter, space war 같이 번역돼야 한다.

유니버스(universe)는 별과 은하로 채워진 거대한 우주다. 즉 어떤 책의 제목이 ‘유니버스’라면 그 책은 천문학 교과서일 확률이 높다. 별, 은하, 우주를 번역하라고 하면 stars, galaxies, and the universe 같이 된다.

코스모스(cosmos)는 ‘유니버스+알파’다. 여기서 ‘알파’는 인간의 주관적 요구사항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둑 두는 사람들이 바둑판은 하나의 우주라고 말할 때 그 우주는 코스모스인 것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우주 역시 코스모스가 된다.

그런데 천문학의 우주론 분야는 cosmology라고 해서 헛갈린다. ‘코스몰로지’는 과학인 것이다. 천문학은 영어로 astronomy라고 하는데 여기서 ‘astro-’는 별을 뜻한다. 그래서 우주인, 점성술을 각각 astronaut, astrology라고 한다. 즉 ‘아스트롤로지’는 과학이 아닌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때문에 우주과학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 늘어날 전망이란다. 우주과학은 영어로 ‘space science’다. 즉 자연대 우주과학과는 태양계 천문학을 주로 공부하는 곳이다. 우주 로켓을 만드는 곳으로 오해하고 지원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이 경우 공대 (항공)우주공학과, 즉 ‘(aeronautics) space technology’ 전공으로 가면 된다. 미국 NASA는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의 준말이다.

서양 단어들을 공부했으니 동양 것도 알아보자. 천자문은 알다시피 ‘하늘 천(天), 땅 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 집 우(宇), 집 주(宙), 넓을 홍(洪), 거칠 황(荒), 날 일(日), 달 월(月), 찰 영(盈), 기울 측(?)…’ 같이 이어진다. 역시 천문학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天地玄黃’은 하늘이 검고 땅은 누렇다는 뜻이니 기가 막히게 과학적이다. 옛날에 우주공간이 검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두 글자 모두 집을 뜻하니 ‘宇宙’란 우리에게 집과 같은 존재다. ‘宇宙洪荒’같이 표현한 부분도 신기하다. 우주는 정말 넓고 위험하지 않은가. 극저온 진공상태에 방사선이 난무하니 말이다. ‘日月盈?’은 물론 해와 달이 차고 기운다는 뜻이다….

이제 동양 것과 서양 것을 합쳐보자. 영어로는 천동설 우주를 ‘geocentric universe’같이 적는다. 이는 지구, 즉 ‘geo’가 가운데, 즉 ‘centric’에 있다는 뜻이다. 지동설 우주는 영어로 ‘heliocentric universe’같이 적는다. 이는 해, 즉 ‘helio’가 가운데, 즉 ‘centric’에 있다는 뜻이다. 언뜻 보면 지구를 의미하는 ‘geo’가 앞에 있으니 ‘geocentric universe’가 지동설 우주 같은데 그렇지 않다. 천동설과 지동설을 일컫는 다른 두 단어 geocentricism, heliocentricism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geocentric universe’는 ‘지중설(地中說)’, ‘heliocentric universe’는 ‘일중설(日中說)’같이 직역하면 혼돈이 없다. 그런데 우주를 항상 ‘천지(天地)’로 구분하던 동양에서는 ‘일지(日地)’는 어색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중설’은 지구가 중심에 있으니까 하늘이 움직인다는 뜻으로 ‘천동설(天動說)’, ‘일중설’은 해가 중심에 있으니까 지구가 움직인다는 뜻으로 ‘지동설(地動說)’같이 한 번 더 번역됐다.

이왕 공부하는 김에 근일점과 원일점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천문학에서 해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은 근일점, 가장 먼 곳은 원일점이라 한다. ‘혜성이 근일점을 통과했다’같이 의외로 많이 쓰이는 천문학 단어들이다. 지구의 경우에는 타원궤도를 그리며 공전하다가 해에게 가장 접근하는 곳이 근일점이다. 근일점 근처에서 우리나라는 겨울, 호주는 여름이 된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근일점은 한자로 ‘近日點’, 영어로 ‘perihelion’이다. 여기서 ‘點’을 속자 ‘点’으로 간단히 쓰기도 하니 주의하기 바란다. 어린 학생들은 ‘点’을 더 간단히 ‘占’으로 잘못 적기도 한다. ‘占’은 ‘점을 친다’ 할 때 점이다. 영어 ‘perihelion’에서 ‘helion’은 역시 해를 말한다. 따라서 ‘peri-’가 가깝다는 뜻이므로 ‘perihelion’은 근일점이 된다. 예를 들어 근일점 통과는 영어로 ‘perihelion passage’가 된다. 원일점은 한자로 ‘遠日點’, 영어로 ‘aphelion’이다.

달이나 인공위성이 타원궤도를 그리며 지구를 공전하다 지구에 가장 접근하는 곳을 근지점이라고 한다. 근지점은 한자로 ‘近地點’, 영어로 ‘perigee’같이 적는다. 여기서 ‘gee’는 물론 지구를 말한다. 따라서 그 반대가 되는 원지점은 당연히 ‘遠地點’, 또는 ‘apogee’가 된다.

사족 하나, 양력은 해를, 음력은 달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책력이다. 양력을 ‘洋曆’, 즉 서양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양력은 해, 즉 ‘태양(太陽)’에서 비롯돼 ‘陽曆’, 음력은 달, 즉 ‘태음(太陰)’에서 비롯돼 ‘陰曆’이라고 하는 것이다. 명왕성도 ‘明王星’이 아니라 ‘冥王星’이니 주의하기 바란다. ‘명왕’은 서양 염라대왕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고윤정 '깜찍한 볼하트'
  • 고윤정 '깜찍한 볼하트'
  • 오마이걸 효정 '사랑스러운 하트 소녀'
  • 신현지 ‘완벽한 비율’
  • 노정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