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각종 모임으로 이어지는 송년회를 거치다 보면 남는 것이 있다. 사회생활에서의 정이 남고, 우리 몸에서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남는다. 전자는 긍정적이고 후자는 부정적이다. 보통은 전자를 이유로 후자가 무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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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민 한국전인치유연구소장·뷰티건강관리학 |
공동체가 강조되는 사회에서 음주문화는 서로 주고받는 대작 문화다. ‘너도 한 잔 나도 한 잔, 기분 좋아 같이 한 잔….’ 가수 이남이의 노래 ‘술’에서처럼 한잔 한잔 술이 는다. 손수 따라 마시는 서양의 독작 문화보다 대작 문화인 우리나라 술자리는 만취형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국인의 음주량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러시아의 2배, 미국의 4배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음주로 초래되는 부정적 결과이다. 일단 몸이 상한다. 술은 물이 아니라 불의 성질이다. 찬 기운을 없애고 순환에 좋아 예부터 한방에서 약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반주 삼아 한 잔만 하는 술은 약주이다. 그런데 조금만 지나쳐도 심신에 큰 부담이다. 위염, 대장염, 궤양, 설사 등 소화기 질환은 약과다. 체내에 저장이 안 되는 알코올 해독을 위해 간에 무리가 간다. 간암을 비롯한 각종 간 질환의 유발원인이 술이다. 이밖에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유방암, 심혈관계 질환,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질병에 영향을 준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연말연시 잦아지는 술자리를 대비해 건강을 위한 음주습관을 실천하고 음주행태를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술자리가 잦다면 술 한 잔만 하자. 어쩔 수 없는 자리라 하더라도 일반 성인기준 소주 반 병, 맥주 1병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과음했다면 동의보감에 기록된 숙취 해소법 발한이소변(發汗利小便)을 참고하자. 땀을 나게 하고 소변을 배설하면 숙취 해소에 좋다는 이야기다. 꿀물이나 식혜, 칡즙 등으로 수분을 보충하고 휴식을 취하는 게 기본이다. 숙취가 심하지 않다면 몸통을 비틀어주거나 기지개를 켜는 등의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내는 것도 좋다. 알코올은 호흡으로 10% 정도 배출된다. 코로 강하고 빠르게 내쉬는 정뇌 호흡법을 한 후에, 천천히 깊게 복식 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된다.
술에 관한 한 해답은 ‘적당히 마시면 약, 지나치면 독’이다.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법화경을 기준으로 하자면 사람이 술을 마시는 선까지가 적절한 음주다.
류현민 한국전인치유연구소장·뷰티건강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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