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통라인’ 복원 시급, 공식 대화채널로 제도화를”
서보혁(사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는 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일부와 북한 노동당 통전부(‘통·통라인’) 사이의 핫라인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통·통라인을 남북 당국자 간의 공식적인 대화 채널로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이를 토대로 위로는 총리급 회담, 더 나아가 정상회담을 하고 아래로는 부문별 실무접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래야만 남북이 서로 상대측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남북은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도 상대방이 불편해하거나 싫어하는 제스처를 계속 취하고 있다. 각자의 진위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양측 최고 지도자의 의중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물밑 접촉이 필요한데 통일부 장관과 북한 통전부장이야말로 최적의 채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을 좇아가기보다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중재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지난 2년 사이에 식량 부족 사태가 많이 완화됐고 지방 차원에서도 소위 자립적 경제발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촘촘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한국이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박근혜정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막을 수 없다고 했다”며 “하지만 이런 입장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볼 때 대북전단 살포는 헌법에 명기된 평화적 통일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온라인상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제지하면서 대북전단 살포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면서 “(북한과 연관된 문제에 있어) 언행 일치가 안 되는 모습은 국내외적으로 현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능력을 의심받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향후 남북대화는 분단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등의 아픔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이들 문제의 해결이 남북관계 부침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서 교수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관계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한·미·일 안보협력, 유엔의 북한인권 압박, 냉랭해진 북·중관계를 넘어서기 위해 러시아와 접촉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러시아를 통해 북한에 우리 입장을 전달하거나 러시아를 끼고 (남·북·러 송유관 건설, 시베리아 철도 같은) 삼자 간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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