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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인문계 출신 90%가 논다

입력 : 2015-03-16 05:00:00 수정 : 2015-03-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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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청년들의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전, 대기업 선배가 찾아와 ‘우리 회사로 오라’며 즉석 채용을 했다는 한 대기업 관계자의 추억담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됐는데요. 온갖 스펙으로 중무장한 취업준비생(취준생)이 널렸지만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이제 한정되어 있습니다.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밀린 취준생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현실입니다. 인문계 졸업생들의 취업실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1. 서울의 한 명문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모(30)씨는 ‘3년차 백수’다. 대기업·공기업 등 30여곳에 지원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한 건 3~4곳에 불과했다. 김씨는 “대학 간판이 통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 것 같다”며 “토익 955점, 해외 교환학생, 대기업 인턴 등의 스펙도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2.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박모(24·여)씨는 취업 스트레스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나마 인문계생을 받아주던 기업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 박씨는 “경쟁률이 200대 1이면 떨어진 199명은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 막막하다”며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이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3. 취준생인 최모(28)씨는 지난해 8월 한 지방국립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최씨는 2013년 두 학기를 휴학하고 1년 동안 대기업에서 봉사활동을 했으며 호주 배낭여행도 다녀왔다. 그는 “졸업 학기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자신 있었다”며 “그런데 좀처럼 취업문이 열리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대졸취업자 10명 가운데 4명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인문계 졸업자의 정규직 취업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2년 대졸자 대상으로 18개월 뒤 표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졸업자의 75.9%만이 취업상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대졸자의 4분의 1은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것.

취업자 가운데서도 정규직 취업 비율은 61.3%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10명 중 6명만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나머지 4명은 임시직이나 일용직·비정규직 등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정규직 취업 비율은 2009년 66.5%, 2011년 66.9%로 계속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공계 출신의 정규직 비율은 70.5%로 그나마 높은 편이었는데 인문계는 51%, 예체능계는 52.8%에 그쳤다.

다시 말해 2명중 1명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며, 기업들이 인문계 출신 채용을 기피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왜 기업들은 인문계 출신 채용을 꺼리는 것일까.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이공계의 경우 그나마 현장 학습이 어느 정도 되어 있지만, 인문계 출신은 회사에 데려다 쓰려면 족히 10년은 가르쳐야 할 만큼 대학 시절 기업 실무와는 동떨어진 공부를 했다”고 하소연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세태에서 10년이면 해당 기업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데다, 공들여 키워봤자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다 보니 기업에서 인문계 출신을 기피하게 됐고, 대학가에는 “인문계 출신 90%가 논다”는 이른바 ‘인구론’의 자조적인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실제 서울대 인문사회 계열 출신들을 보면, 군입대자나 대학원 진학자를 빼고 나면 취업률이 59.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인문계 중에 그나마 취업이 잘 된다던 상경계 출신마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런 특정계열 인력 쏠림 현상이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전문가는 “생산 공정에서 효율성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창의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며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인문계 기피현상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올해도 대졸자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최근 한 취업정보회사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회사 316개 가운데 175개 기업만 대졸공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77개 기업은 신규채용 계획이 없고, 64개 기업은 채용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가 작년보다도 10%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청년실업 문제는 올해도 우리 경제에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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