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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닮은 ‘아이언맨’… 그의 꿈은 우주로 향한다

입력 : 2015-05-23 03:07:31 수정 : 2015-05-23 0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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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 실제 모델 머스크
2년여 취재 끝 나온 첫 공식 전기
민간우주선·전기차·태양광 지붕…
부도 직전 갔던 그의 벤처기업들
이제는 반석에 올라 새 시대 열어
애슐리 반스 지음/안기순 옮김/김영사/1만8000원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Elon Musk/애슐리 반스 지음/안기순 옮김/김영사/1만8000원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삶은 드라마와 같다.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다. 그는 계속되는 창업과 투자로 부도 직전 상황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하곤 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2013년 비즈니스 분야 인물’ 1위로 머스크를 선정했다. 타임도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100대 인사’를 발표하면서 머스크를 커버스토리 인물로 내세웠다. 타임 기자는 지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로 달려갈 사람으로 머스크를 꼽았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머스크가 스티브 잡스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잡스가 인간의 생활 방식을 바꿨다면 머스크는 인간 삶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한다.

머스크의 공식 전기가 최근 한국과 미국(에코 출간)에서 동시에 나왔다.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인 애슐리 반스(Ashlee Vance)가 썼다. 사실상 그의 첫 번째 전기인 셈이다. 반스는 2년여 동안 매달 머스크와 만나 취재하고 그의 주변 인물 300여명을 인터뷰해 책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컴퓨터광이었다. 골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를 해체하고 조립하는 일을 반복했다. 이렇게 내다버린 컴퓨터만 수백대에 이른다.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들어갔지만 이틀 만에 그만뒀다. 24세에 ‘집투(Zip2)’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회사를 만들었다. 집투를 2200만달러에 매각해 28세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1999년 1000만달러를 투자해 인터넷은행 ‘X.com’을 창업했고, 이어 유대계 기업 ‘페이팔’ 주식을 인수해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되었다. 페이팔 지분을 팔고 1억6500만달러 상당의 이베이 주식을 받았다. 창업 10여년 만에 두 번의 성공을 거뒀다. 비즈니스에는 천재적 감각을 타고난 인물이다. 여기까지는 잡스와 비슷하다.

그의 꿈은 우주를 향했다. 2002년 민간우주선 개발회사 ‘스페이스X’, 2003년엔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 모터스’, 2004년엔 태양광 패널 제작회사 ‘솔라시티’를 잇따라 세웠다. 벤처기업이 그렇듯 이들 회사는 창업 초기부터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는 세 번이나 실패했고, 테슬라 모터스는 늘 자금난에 허덕였으며 솔라시티 역시 문을 닫을 위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16억달러 규모의 용역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5월 우주화물선 발사에 성공해 상업용 우주비행 시대를 열었다.

머스크가 우주사업보다 더 심혈을 기울이는 건 전기자동차다. 테슬라 모터스는 독일 다임러사로부터 50억달러를 투자받아 한 번 충전으로 1000㎞ 이상 달리는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미국 2위의 태양광 패널회사인 솔라시티는 20년 안에 미국 가정집 지붕 대부분을 태양열판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설치는 공짜로 해주고 전기료보다도 적은 임대료를 받겠다는 방침이다.

일론 머스크는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이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가이자 혁신가이다.
머스크는 올 들어 우주인터넷 구상도 밝혔다. 저궤도 위성 수백개를 띄워 지구 전역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생각이다. 광섬유로 연결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드는 히말라야나 아프리카 등 오지 사람들에게 고속 인터넷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머스크는 인터뷰에서 “화성에 국제적 통신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정작 추진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 계획에 구글은 이미 1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고 한다. 100억달러가량을 들여 우주인터넷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반스는 “머스크는 하워드 휴즈보다는 토머스 에디슨에 훨씬 가깝다”면서 “더 깨끗한 에너지를 개발하고 인류의 무대를 확장시키는 거대한 아이디어로 엄청난 제품을 만드는 능력을 갖춘 발명가”라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상대 기업의 트렌드를 알아채는 데 급급하지도,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에 집착하지도 않는 것 같다. 오로지 꿈을 쫓는다. 8만여명이 거주하는 화성 주거지를 2030년쯤 완성하고, 인류를 화석연료로부터 해방한다는 목표 아래 돈과 능력을 쏟아붓고 있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서평에서 “머스크와 우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여전히 잡스, 마크 저커버그, 머스크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타인의 결과물에서부터 시작된 상상력은 그들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도 이제는 우리만의 질문과 문제를 던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책에는 남아공의 사내 아이가 미국 땅에 건너와 모험심에 불타는 최고의 기업가로 변신한 여정이 기록돼 있다. 생계형 창업에만 매달리는 우리 청년들에게 머스크가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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