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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으로 ’가을 산의 진객’으로 불리는 야생버섯 작황이 3년째 신통치 않다.

8일 충북 보은 속리산 주변의 버섯채취 농민들에 따르면 예년 같으면 야생버섯이 흔할 시기지만, 올해는 수확하는 버섯이 전무하다시피하다.

고급 추석 선물로 인기를 끄는 송이는 아예 자취를 감췄고, 일부 눈에 띄는 능이·싸리버섯도 말라 비틀어져 볼품이 없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그마저도 채취하기가 쉽지 않다.

이달 초 보은군으로부터 군유지 430㏊의 버섯 채취권을 대부받은 속리산산림부산물채취작목반의 박경화(58) 회장은 “매일 산에 오르지만, 잡버섯만 따는 정도”라며 “가을비라도 충분히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서는 3년째 송이 구경을 못했다.

2년 전 가을은 덥고 메마른 날씨로 인해, 지난해는 하루걸러 하루꼴로 내린 비 때문에 버섯작황이 형편없었다.

박 회장은 “좋을 때는 한해 400∼500㎏의 송이를 딸 때도 있었는데, 지난 2년간은 50㎏ 정도 건지는 데 그쳤다”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송이 산지로 꼽히는 제천 월악산 주변 산촌마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천시 청풍면에서 버섯 도매상을 하는 이정호(53)씨는 “야생버섯 수확이 시작됐지만, 아직 송이를 땄다는 소식은 없다”며 “올해 추석에는 송이 맛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섯은 땅속에 균사 상태로 있다가 온도·습도 등 생육조건이 맞아야 땅 위로 올라온다.

그러나 올해는 봄 이후 지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생육환경이 좋지 않다.

올해 1∼8월 충북지역에 내린 비는 524.1㎜로 과거 30년 같은 기간 평균 강수량(948.9㎜)을 크게 밑돈다.

충북대 구창덕(산림학과) 교수는 “버섯은 80∼90%가 물로 이뤄져 메마른 환경에서는 성장할 수 없다”며 “앞으로 충분한 비가 내리더라도 버섯 작황에는 도움이 될 시기가 지났다”고 말했다.

보은=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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