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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소용돌이'… 정치권 강대강 대치 고조

입력 : 2015-11-04 18:59:07 수정 : 2015-11-04 23: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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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국정화 불복종 운동”… 與 “국회 무단결근 국민이 불용”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2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국무위원들과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야당의 불참 선언으로 정회됐다.
남정탁 기자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에 반발한 야당의 ‘보이콧’으로 정기국회가 4일 이틀째 공전했다. 386조원의 내년 예산안을 심의해야 할 예산결산특위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국토교통위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는 등 국회가 올스톱됐다. 야당이 대여 투쟁의 수위를 높이자 여당은 예결위 단독 소집 카드로 맞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가 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역사국정교과서 저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여야, 자극적 단어 동원하며 전면전

새정치민주연합은 ‘장기전’ 태세를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 불복종 운동에 나서달라”며 “정권은 유한하고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고 전의를 다졌다. 그러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손잡고 1987년 6월 항쟁 당시의 ‘범국민운동본부’를 연상케 하는 공동투쟁기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전무퇴’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표는 △헌법소원 △역사국정교과서금지법 제출 △국정교과서금지 입법 청원 서명운동 등 구체적 투쟁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문 대표 구상은 5일로 예정됐던 제 정당과 사회단체 연석회의가 돌연 취소되는 등 시작부터 꼬이는 모습이다. 시민단체들은 국정화 투쟁의 정치화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확정고시 담화를 발표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건국을 1948년으로 못박은 황 총리의 발언은 헌법 정신을 부정한, 어쩌면 ‘내란선동’을 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새누리당도 거칠게 대응했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회의원의 직장은 국회이고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무단결근을 계속할 경우 고용주인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오후 국회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문 대표의 담화는 한마디로 국민에 대한 ‘반(反)민생 국론분열’의 선전포고”라고 반격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의 무책임으로 82여만개의 청년 일자리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며 경제활성화·노동개혁 법안 등의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예산 졸속심의 우려… 與 “예결위 단독진행”

국회 파행이 이어지면서 예산안 졸속 심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결위는 예산안 세부항목을 다룰 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예결위가 30일까지 심사를 끝내지 못하면 내년 예산안은 정부 원안으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다음달 2일 처리 절차를 밟는다. 새누리당 소속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통화에서 “내일(5일)부터는 어떤 형태로든 회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일부터 여당 단독으로 예결위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5일 ‘3자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먼저 만나 의견을 조율키로 했으나 합의 여부가 불투명하다. 합의 불발 시엔 ‘3자 회동’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5일 예정된 본회의가 무산되면 다음 본회의는 26일로 잡혀있다. 국회는 지난 8월11일을 마지막으로 86일째 법안처리를 한 건도 하지 못한 터라 5일 본회의 불발시 3년 연속 ‘100일 법안 무(無)처리’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된다.

여야 모두 ‘강경 모드’를 고수하고 있지만 새해 예산안 처리나 내년 총선 대비 등을 감안하면 장시간 대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발목잡기’ 프레임을 경계하는 새정치연합에서 전면투쟁에 대한 피로감까지 겹쳐 장기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화 반대 성명을 낸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언제까지 (농성을) 계속할 수 없지 않으냐”고 걱정했다. 이 때문에 지도부는 이르면 국회의원-전국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하는 5일, 또는 국정화 저지 장외문화제가 예정된 6일을 기점으로 국회로 복귀, 원내투쟁에 주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야당과 물밑교섭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야당의 ‘회군’ 명분으로 여당이 무엇을 주느냐가 정국 경색 해소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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