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검찰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최소 7명의 테러범이 3개팀으로 나눠 벌였다. 제1그룹은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벌였고, 제2, 3그룹은 자동소총과 액체폭탄 조끼 등으로 무장하고 파리 중동부 음식점 등과 바타클랑 극장에서 테러를 저질렀다. 프랑스 검찰은 “확인된 용의자 7명은 모두 사망했고 이들 중 한 명은 파리 교외에 거주하는 29세 프랑스인”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폭한) 프랑스인 용의자는 이스마엘 오마르 모스테파이로 2013∼2014년 사이 몇달간 시리아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테러범 중 2명은 올 초 그리스에서 시리아 난민으로 등록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는 이날 프랑스와 독일의 친선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동생, 12살 난 조카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벵자맹 로맹은 세 차례의 폭발음을 똑똑히 들었지만 “폭죽이 터진 줄 알았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말했다. 프랑스 검찰은 테러 용의자 1명이 경기 시작 15분 후 경기장 안에 들어오려 했으나, 검색대에서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사실이 발각되자 뒤로 물러서면서 폭탄 조끼를 터뜨렸다고 전했다.
다른 테러범들은 경기장 남쪽 사람들이 많은 식당과 바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복면을 쓰지 않은 한 테러범이 9시25분쯤 파리 10구 알리베르가의 카리용 바를 향해 총격을 가한 뒤 인근 캄보디아 식당(프티 캉보주)으로 총구를 돌렸다. 11구 퐁텐오루아가의 피자집까지 모두 19명이 숨졌다. 테러리스트들의 다음 표적은 11구 샤론가에 있는 ‘벨 에키프’ 바였다.
가장 큰 비극은 오후 9시49분부터 바타클랑 극장에서 일어났다.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의 공연을 보러 온 수백 명 관객들의 열기가 뜨거웠던 곳이다. 생존자 셀리아는 “범인은 네 명이었다. 복면을 쓰지 않았고 모두 20대로 보였다”며 “그들 중 한 명이 ‘너희들이 시리아의 우리 형제들을 죽였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 온 것’이라고 말하고선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관객에게 종교와 국적을 물어보고 살해 대상을 골라 15초 간격으로 한명씩 총격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바타클랑 극장은 지난 1월 다른 테러리스트의 표적이 됐던 프랑스 시사주간 ‘샤를리 에브도’에서 불과 500m 떨어져 있다.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한 박사과정 학생은 “샤를리 테러 당시 창문을 통해 총성을 들었다”며 “그런 비슷한 소리를 또다시 들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테러 배후로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지목하고 강력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도 15일 “프랑스와 유럽, 그리고 시리아, 이라크에서도 이번 행위 주체를 찾아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IS는 전날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8명의 형제가 ‘십자군’ 프랑스 수도 여러 곳을 공격했다”며 “이번 공격은 교훈을 얻으려는 자들에 대한 폭풍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테러 직후 아프리카 리비아에 있는 IS 거점지를 공습했다.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 이외 지역에서 대IS 공습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F-16 전투기가 리비아 IS 거점을 공습해 이들의 지도자 아부 나빌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쿡 대변인은 “이번 나빌의 죽음은 리비아 내 IS의 능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며 “리비아 IS는 새로운 대원 모집과 미국을 겨냥한 외부 공격 등을 모의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태영·이지수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