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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저 대신 로봇이 학교 가요…심장질환 소녀의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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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2-11 14:08:08 수정 : 2015-12-11 1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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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자기가 아끼는 옷을 입혀줬다. 다리 대신 바퀴가 달리고, 얼굴 대신 모니터가 있지만 키는 똑같다. 그런대로 자기 대신 학교에서 친구, 선생님과 잘 지낼 것 같아 안심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렉시 킨더(11)는 태어날 때부터 ‘폐동맥폐쇄증(pulmonary artresia)’을 앓고 있다.

‘폐동맥판쇄증’이라고도 불린다. 폐동맥이 선천적으로 막힌 질환을 말한다. 온몸을 돌고온 피가 심장에서 폐를 향해 제대로 갈 수 없는 현상을 가리킨다. 선천성 심장질환 중에서도 수술이 어려운 병으로 알려졌다.

렉시는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다.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해 산소 운반이 어렵기 때문이다. 산소결핍 탓에 입술, 발가락 그리고 손가락 게다가 눈 주변까지 푸르스름하다.



렉시는 네 살 때 입양됐다. 태어나고 두 차례 수술받았으나 차도가 없자 부모가 그를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렉시는 제대로 된 수술 타이밍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양부모가 그를 입양할 때까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상태는 악화됐다. 렉시의 폐동맥 굵기는 생후 6개월 된 아기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렉시는 앨리스 드라이브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1년에 2주 정도 가는 게 고작이었다. 진도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급속히 피로해지는 탓에 쉽게 등교할 수 없었다. 점점 렉시와 다른 학생들의 격차가 벌어졌다.



렉시에게 한 줄기 빛이 드리웠다. 지난 2013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섬터(sumter) 시가 렉시를 위해 원격조종이 가능한 모니터 로봇을 선물했다. 가격이 3985파운드(약 710만원)나 되는 로봇의 이름은 ‘VGo’다.

밖에 나갈 수 없는 렉시는 책상에 놓인 컴퓨터를 통해 친구들과 만난다. ‘VGo’에 달린 모니터에 비친 친구, 선생님과 인사한다. 집에 있지만 교실에 있는 느낌이다. 렉시의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로봇을 본 친구들은 ‘공주’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렉시도 ‘VGo’의 존재를 고마워했다. 그는 “로봇이 저 대신 학교에 가요”라며 “친구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친구들도 로봇을 사랑해줘요”라고 한 렉시는 “제가 모니터에 ‘짠’하고 나타나면 그들도 제 얼굴을 볼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VGo’ 프로그램을 고안한 션 해거티는 “원격조종이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학생(렉시)은 학교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렉시의 새엄마 크리스티 킨더는 “딸은 로봇을 통해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기분을 느낀다”며 “로봇은 렉시의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딸에게 불어넣어 줬다”고 덧붙였다.

렉시는 하루에 몇 시간 로봇을 통해 수업에 참여한다. 일주일에 세 번 접속하는 터라 진도를 따라잡기는 부족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렉시의 인생은 이제 기적으로 가득 찼어요. 장애물을 떨쳐내고 완벽한 인생을 살게 됐죠. 딸에게 일어난 변화는 우리 가족의 생활도 완전히 바꿨어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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