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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된 아이들… 새 삶의 주인공 되다

입력 : 2015-12-29 20:04:05 수정 : 2015-12-29 23: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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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년원 학생 8명 ‘아름다운…2015 겨울’ 연극 선보여 “얘는 사람 때렸고요, 전 돈 훔쳤어요.”

소년원에서 자기 소개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먼저 털어놓는 것부터 시작한다. 별 생각 없이 그냥, 배가 고파서 그냥, 화가 나서 그냥 저지른 잘못을 질타하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태어난 것이 잘못”이라고 대꾸한다.

29일 경기도 의왕시 고봉 중·고등학교(서울소년원) 강당에서 열린 연극 ‘아름다운 아이들’에서 교사와 재학생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29일 오후 2시 경기 의왕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 대강당. 소년원 학생 8명이 직접 배우가 됐다. 사단법인 ‘행복공장’과 연극공간 ‘해’가 마련한 연극 ‘아름다운 아이들 ? 2015 겨울’ 무대에서다. 이들은 3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1∼2차례씩 연습하며 닦은 실력을 소년원 친구들과 부모님, 후원자 앞에서 아낌없이 펼쳐 보였다.

극단의 한 관계자는 “연극 내용 대부분 아이들이 실제 경험한 것으로 일종의 ‘자기치료’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각각 ‘태어나자마자 보육기관에 맡겨진 아이’, ‘새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 등의 역할을 맡은 이들의 대사는 절반이 욕설이었다. “×됐다”, “저리 꺼져!” 등 비속어를 섞지 않고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시절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극중 판사 역할을 맡은 학생이 “○○군은 장기 소년원 처분!”이라고 선고하자 이를 지켜보던 관객석에서는 “우하하” 하는 웃음이 터졌다.
이어 관객참여 형식으로 진행된 2부 공연에서 관객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즉석연기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사회에서 담배를 훔쳤던 순간이나 친구들과 대포차로 도로를 달리던 상황 속으로 들어가 학생들을 꾸짖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엄마 역할로 무대에 올라온 한 ‘아주머니’ 관객이 “널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엄마도 어떻게 엄마가 돼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다”며 사과를 건넸을 때였다. 아들 역할의 배우는 “다시는 친구를 때리지 않고, 엄마 말도 잘 듣겠다”며 용서를 구했다.

29일 경기도 의왕시 고봉 중.고등학교 (서울소년원) 강당에서 열린 연극 "아름다운 아이들"에서 연기를 펼친 교사들과 재학생들이 관객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
남제현기자
보육원에 맡겨진 소년 역할을 한 이모(19)군은 올해로 연극무대만 3번째인 ‘베테랑’ 배우다. 쉬는 시간 중간중간 다른 친구들에게 공연시범을 보이기도 한 그는 3년 전 친구들과 어울리며 수차례 절도를 한 끝에 소년원에 오게 됐다. 2주 뒤에는 보호처분기간이 끝나 퇴원조치를 밟게 된다. 나가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자 이군은 “저, 액션스쿨에 가서 연기를 배울 것”이라며 “배우가 돼서 연극치료사가 되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연극을 지도한 이경아(33) 보조강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 매너리즘에 빠졌던 자신을 돌아봤다”며 “연극이 삶의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제 경험했다”고 말했다.

의왕=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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