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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유교 문화재 품격 있는 ‘힐링 아이템’으로

입력 : 2016-01-08 02:00:00 수정 : 2016-01-07 21: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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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서 부활하는 유교문화 조선시대 남성들의 로망이었던 과거시험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사극에서나 접했던 실제 모습을 보려면 충남 논산에 가면 된다. 이곳 돈암서원에서는 매년 10월 과거시험의 하나인 ‘향시’가 열린다. 유가 복장을 한 응시생들이 고전쓰기와 한글 시짓기 등의 시험을 실제로 치르고, 끝나면 장원급제자 유가행렬이 펼쳐진다. 시험장 밖 산양루에서는 전통무용, 마당극, 택견 시범, 삼행시 백일장, 휘호대회 등이 펼쳐지고, 호패와 마패 만들기, 서책 만들기, 쌈지 꾸미기 등의 옛 선비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돈암서원 전경
퇴물 취급 받으며 잠자던 유교문화재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리타분함의 상징 같았던 서원과 고택에는 최근 유교를 통해 인문학적 교양을 제공하는 콘텐츠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템플스테이’가 한때의 유행이었다면 요즘 가장 품격 있는 휴식은 서원이나 종갓집 체험이다. 세상사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유교가 새로운 힐링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교 부활의 큰 무대가 펼쳐지고 있는 곳은 기호유학(畿湖儒學)의 산실인 논산이다.

논산은 조선 중기 이후 국정철학을 주도했던 예학이 태어나고 활짝 핀 곳이다.

예학의 대가인 사계 김장생과 그의 아들 신독재 김집, 정치 거목인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시열, 명재 윤증 등이 이곳에서 태어나거나 배우고 활동했다.

지난해 명재 고택에서 열린 생샘마당에서 전통예술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의 행적이 서린 명재 고택, 돈암서원 등은 지금도 문화재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6건의 국가지정문화재와 54건의 도지정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비지정문화재까지 포함하면 논산의 유교문화재는 180여개소에 달한다. 유교붐을 일으켰던 영남 유학의 본산 경북 안동 못지않다.

얼마 전만 해도 단순한 구경거리였던 이곳 유교 문화재들은 요즘 사람들의 발길로 생기가 돌고 있다. 다양한 행사와 교양 프로그램의 무대로 변신, 주말마다 사람들로 붐빈다.

예학의 본산인 돈암서원(사적 제383호)에서는 2014년부터 유학 힐링캠프가 열리고 있다. 예절강좌와 서원 체험학습, 명심보감 강좌, 인문학 토론회 등이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진다. 돈암서원을 생기 넘치는 예학 체험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에 다양한 공연과 역사문화 강좌가 곁들여져 선조들의 지혜와 삶을 통해 마음을 살찌우려는 사람들의 인기가 높다. 돈암서원은 인근 학교에도 ‘찾아가는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인성예절교육사 자격증이 주어진다. 

지난해 돈암서원에서 열린 향시에서 응시자들이 과거시험을 보고 있다.
윤황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노강서원에서도 유교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원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주제로 성현에 대한 제례와 족자·한지 만들기 등 전통 문화체험과 함께 유교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디밴드의 공연이 펼쳐졌다. 전통과 현대가 어울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좀 더 친근하고 열린 공간으로 변신하기 위한 이 같은 실험적 시도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종갓집으로 유명한 명재 윤증 고택과 조선 최후의 분무공신 이삼 장군의 ‘백일헌 종택’에서는 선비들의 삶을 체험할 ‘고택 스테이’가 연중 이어진다. 고택에 머물며 인문학의 향기가 밴 다양한 예술공연도 만끽할 수 있다.

지난해 가을 ‘기호유학 인문마당’을 연 백일헌 종택에서는 전통 공연단의 ‘달빛 콘서트’와 전통검무가 재현돼 관심을 끌었다.

명재 고택에서는 문화재청이 지원하는 ‘생생마당’이 매년 열린다. 지난해 가을에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음악회와 전통문화 체험, 역사 북아트 체험, 옛 사진 전시회 등을 통해 인문학의 진수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기호유학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충청유교문화권 개발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정부가 지원하는 ‘충청유교문화원’ 건립사업이 확정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2026년까지 1조원이 투입된다. 충청권에서는 1990∼2000년대의 백제문화권 개발사업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문화사업이다.

2018년까지 280억원을 들여 논산 노성면 약 9만㎡에 건립하는 충청유교문화원은 전통 유교의 인문학적 가치를 현대화·대중화하는 융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교육관과 연구관 놀이마당 등의 교육시설과 수련체험공간, 유교 문화자료 수집과 연구, 문화컨벤션, 심신힐링사업 등을 수행한다.

유교 문화유적을 휴양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사업도 동시에 추진된다.

논산시는 유교문화진흥원 건립에 맞춰 유교문화를 주제로 한 ‘대동누리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480억원을 투입해 ‘청년 군자’를 주제로 군자의 요건인 의례체험관과 육예체험관(콘텐츠 체험관), 군자 가상현실 체험관, 신명 놀이마당, 조선시대 저자거리 등을 조성한다.

군자대로행 테마루트, 호국 유교를 배울 ‘군자의 얼 테마루트’ 등도 개발해 명현들의 삶을 몸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호유학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돈암서원 등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한다.

논산시 관계자는 “현대인들에게 실종되고 있는 선비정신이나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는 대안으로 유교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면서 “기호 유학자들이 남긴 역사적 공간을 되살리고 그들이 남긴 삶의 궤적을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정신적 유산으로 재생산하는 작업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논산=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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