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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빚을 부르고… 고삐 풀린 가계부채

입력 : 2016-02-24 19:52:15 수정 : 2016-02-24 20: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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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1200조 돌파… 아파트 집단대출 줄줄이 대기… 증가세 더 간다
가계부채가 고삐 풀린 듯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만 41조1000억원, 연간으로는 121조7000억원이나 불어났다.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물론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부채의 총량도 함께 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계빚의 증가속도가 너무도 빠르다. 소득 증가속도의 5배에 달한다. 빚 부담에 눌린 가계는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는 내수 부진,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 불리는 까닭이다.

◆가계부채 급증 원인은

가계빚 폭증세는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부동산규제 완화 영향이 크다. 정부는 2014년 완화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금융 규제를 지난해 7월 1년 더 연장했다. 한은도 기준금리를 연 1.5%까지 내렸다.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오히려 대책 시행 전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며 4분기에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올 1월에도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지난해 12월(6조9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1월 기준으론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대책이 2월 초부터 시행된 만큼 올해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아파트 분양시장 호조로 급증한 집단대출의 여파가 지속되는 데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집단대출 등은 제외돼 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올해 가계부채 증가세는 전년보다는 둔화하겠지만 예년 수준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부동산금융규제 완화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가장 우려했던 미국의 금리인상이 점점 지연되면서 한은을 향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예고하고 6월 이후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가계부채가 이 정도 늘었는데 여기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증가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 소득증가율의 5배 육박


문제는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빚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11.2%(121조7000억원)로, 2006년(11.8%)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다. 반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증가율은 1분기 2.6%, 2분기 2.9%, 3분기 0.7%로 2%대에 머물러 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의 5배에 육박한 것이다.

가계 부채 1207조원을 우리나라 인구 수 50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약 24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는 세금,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의 25%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원을 벌면 25만원은 빚 갚는 데 쓴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2014년 말 현재 164.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2.5%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113.4%), 독일(93.6%), 영국(155.7%), 프랑스(104.7%) 등 선진국과 견줘서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부채상환 부담이 크면 가계는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면 기업은 매출이 감소해 투자와 고용을 줄여 경기가 둔화된다.

이에 대해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1200조원이 우리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감당할 수준이라고 자신한다. 물론 빚 폭탄이 터져 대출 부실로 은행이 문을 닫는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 평균금리는 올라가지 않지만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신용자들의 대출금리를 올라간다”며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때 은행 등의 시스템 리스크는 거의 없지만 저소득, 저신용자들이 견딜 체력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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