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지지층 반발 감수하고 호남·중도층 외연확대 전략 추구
친노·정세균계와 앙금 남겨…총선이후 리더십 논란 가능성
당 대표 취임 이후 거침없는 소신행보 속에 당 장악력을 높이고 고비 때마다 반전 카드를 던지며 야권의 판을 쥐락펴락해온 김종인식 리더십이 친노 진영의 강한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의원을 배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 대표가 이 의원 카드를 꺼내든 이날은 문재인 전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이방인' 김 대표를 영입한 지 딱 두 달째다. 현재 당내 분위기는 총선 필패의 짙은 그늘을 일신한 것을 넘어 '김종인 천하', '차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김 대표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더이상 분열하면 필패라는 소속 의원들의 위기감이 작용한 측면이 있지만 주요 국면마다 김 대표가 던진 한 수 한 수가 적중하며 당 구성원조차도 경륜에 혀를 내두르는 일이 반복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단과 뒤이어 꺼내든 야권통합 카드가 대표적이다. 강경파는 지지층 여론을 의식해 중단에 반대했지만 김 대표가 그 이튿날 던진 야권통합은 필리버스터 정국을 통합 정국으로 뒤바꿔버렸다.
이 의원의 공천 배제 역시 김 대표가 아니었더라면 꺼내기 힘든 수(手)였다는 얘기가 많다.
이 의원은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중진인데다 공천 심사 때 추가 컷오프 후보군인 정밀심사 대상도 아니어서 공천 탈락 카드를 내밀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친노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문화 극복을 공공연히 강조해온 김 대표 입장에서 이 의원의 공천 여부는 피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이전까지 공천 결과가 패권주의 청산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친노 진영 전체에 칼날을 들이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징적 존재인 이 의원을 통해 반전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친노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패권 청산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 친노 거부감이 큰 호남의 지지세를 모으고, 김 대표가 공략대상으로 정한 중도층과 개혁적 보수로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공천 완료 전에 친노와 운동권 문화 극복에 대한 의미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선거전 내내 이 문제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 공격 포인트로 작용하고, 여권을 향한 선거 프레임으로 준비한 '경제심판론'이 부각되지 못한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공천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친노이자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정청래 의원의 공천 배제를 결심한 것같다는 전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가 순번의 문제일 뿐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고, 총선 이후 상황과 관련해서도 '킹메이커 김종인'을 넘어 '김종인 대망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옥쇄를 손에 쥐고 사실상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김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가 총선 이후까지 영향력을 지속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은 총선 공천에 명줄이 달린 각 계파가 불만이 있어도 속으로만 부글부글하고 있지만 총선 이후에는 김 대표를 향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공천 배제는 친노와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감정의 골을 쌓을 수 있다. 비록 '김종인표 공천'은 아니지만 이미 현역의원 평가에서 친노 성향인 문희상 유인태 신계륜 의원과, 친문 노영민 임수경 의원이 줄줄이 탈락했다.
특히 범친노인 정세균계는 3선의 강기정 전병헌 오영식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돼 초토화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어서 김 대표 체제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가 대북 정책, 통일, 안보, 노동 문제 등 민감한 분야에서 당 정체성과 이질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것 역시 향후 정체성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일차적으로 총선 성적표에 달렸지만, 비록 의미있는 성적을 얻는다 하더라도 더민주의 '임시사장'으로 남을지, 야권에서 보기 드문 탄탄한 지도자 위상을 굳힐지는 총선 이후까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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