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일본산 폐기물에 대해 검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폐기물 수입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대응일지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6일 환경부 관계자는 “일본산 석탄재 폐기물의 방사능·중금속 오염 우려는 계속해서 문제가 돼왔다”며 “다른 품목까지 포함해 방사능 폐기물의 수입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연간 일본에서 수입하는 폐기물은 지난해 기준으로 146만6413t이다. 이 가운데 석탄재가 126만8226t(86%)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폐배터리가 7만1123t으로 그 다음으로 많고, 폐플라스틱과 같은 폐합성고분자화합물은 지난해 수입량이 급증해 6만6053t으로 그 뒤를 잇는다. 석탄재는 시멘트나 콘크리트, 레미콘 업체에서 원료로 사용하고, 폐플라스틱으로는 재생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고철(200만∼400만t)과 폐알루미늄(8만∼9만t)도 수입량이 많지만, 이물질이 일정 정도 이상 섞인 경우가 아니면 유가성(값어치)이 있어 폐기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석탄재나 폐배터리 같은 신고·허가 대상 폐기물이 국내 반입되면 유역 환경청이 이 중 일부에 대해 방사능과 중금속의 기준치 초과 여부를 검사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석탄재 수입 제한 청원’이 올라오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최근 폐기물 안전조치 강화를 주문하면서 환경부는 일본산 폐기물의 방사능 검사를 샘플링 방식에서 전수조사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일본 경제보복 맞대응’ 카드로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환경부가 준용하는 세슘과 요오드 검출 기준치는 100Bq/㎏인데, 지금까지 일본산 석탄재가 이 기준을 넘긴 적은 없다. 조사 대상을 넓힌들 기준치를 넘는 폐기물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폐기물은 수출입할 수 없다’는 폐기물 국가간이동법 조항을 넓게 해석하거나 검출 허용 기준 자체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무역분쟁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한·일 교역량을 고려했을 때 일본산 폐기물 수입 규제가 일본에 타격을 줄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 대부분은 소재·부품 쪽인데, 비중이 크지 않은 폐기물 부문의 수입을 규제하는 게 실효성 있는 조치일지 물음표”라고 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도 “폐기물 관리 강화는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는 (보여주기식) 국내용 조치같다”며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일본산 석탄재를 써왔는데 갑자기 수입을 규제하면, 일본보다는 우리 산업계가 더 큰 타격을 볼까봐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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