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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노랑부리백로’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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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5 23:36:05 수정 : 2021-07-15 23: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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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진은 2019년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태어난 어린 노랑부리백로에게 가락지와 위치추적발신기를 부착해 2년 동안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그해 가을 11일 동안 3700여km를 이동해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맹그로브 지대에 도착한 후 18개월 동안 필리핀에 머물다가 올해 5월 22일 북상을 시작해 6월 15일 자신이 태어난 백령도에 돌아왔다. 6월 25일, 재회의 감격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찾은 번식지에서는 놀랍게도 4개의 알이 산란된 둥지의 주인이 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다.

샛노란 색의 부리, 옥빛의 눈앞 피부, 그리고 번식기에 생기는 뒷머리의 장식깃은 비번식기가 되면 사라지는데, 이런 노랑부리백로 성조는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백로과 조류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심지어 검은색 다리와 노란색 발가락으로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물속에 다리를 담가 발가락을 흔들어 펄 속에 숨어 있는 작은 물고기가 놀라 움직이게 해 사냥하며 날개를 동그랗게 펼쳐 물속이 잘 보이게 그늘을 만들어 전진하면서 재빠르게 물고기를 낚기도 한다.

노랑부리백로는 전 세계 생존집단이 3000여 개체로 추정되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361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VU)으로 지정된 멸종위기 조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서해안 일대 사람의 출입이 어려운 섬에서 저어새나 괭이갈매기와 함께 집단 번식하는 귀한 여름철새다.

최근 백령도와 구지도 등 서해5도 및 부속 섬 일대에서 태어난 노랑부리백로는 가을철 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와 북한지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북한 황해도 땅이 보이는 소청도 국가철새연구센터에서 근무 중인 필자는 통일이 돼 노랑부리백로처럼 자유로운 왕래를 기대하며 이념과 사상의 국경이 없는 새의 순수함과 자유로움 앞에 한없이 숙연해진다.


김동원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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