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저녁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표됐다. 올해 첫 가을 한파특보다. 서울에서는 2004년 한파특보 기준이 마련된 지 17년 만에 처음이다. 어제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섭씨 1.3도로 내려가 1957년 10월 18일(영하 1.6도) 이후 10월 중순 기준으로 64년 만에 가장 추웠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계절이 여름에서 곧바로 겨울로 건너뛴 느낌이다. 강풍까지 가세해 전국 대부분 지역 기온도 16일보다 10~15도가량 떨어졌다.
10월 중순에 영하권 추위가 찾아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주까지는 가을치고는 꽤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한반도 상공에 아열대 고기압 세력이 강했던 탓이다. 이번 추위는 세력을 유지하던 아열대 고기압이 물러나면서 영하 25도 이하의 북극의 찬 공기가 북서쪽 상공에서 제트기류를 타고 남하해 시작됐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의 여름은 숨이 턱턱 막히는 사우나가 됐고, 겨울은 시베리아보다 춥다. 사계절이 있는지 무색할 정도다.
요즘 전 세계가 기상이변의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7월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해 10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지난달 적도 부근 카메룬의 서부지방에 우박과 눈이 내렸다는 소식도 들렸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재앙의 경고음은 이처럼 넘쳐난다. 지구 기온이 3도 상승하면 세계 50개 주요 도시의 침수로 8억명이 집을 잃을 것이라는 민간 보고서가 공개됐다.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세계 기아 인구가 2억명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유엔 연구결과도 나왔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기온 상승치는 1.1도였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금세기 중후반엔 3도 이상 오를 것임이 분명하다. 코로나 19보다 더 큰 충격파가 휘몰아칠 수 있다. 재앙을 막기 위한 강력한 탄소 배출 규제책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 줄이기는 아직까지는 개인에게 다소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생활속 작은 실천에 속도를 내야 한다. 기상이변이 가을단풍을 보는 즐거움까지 빼앗아가지 않기를 바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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