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이 좋은 취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신선한 움직임이라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이 ‘공정여행’이라는 단어의 텍스트에 갇히면 무조건 기존의 방식을 부정하는 형태로만 흐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는 절대 공정여행이 모두가 공감하는 움직임으로 승화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내게 건넸다.
이 곳을 들락거리면서 개발과 관광화가 어떻게 하면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항상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그들도 현대문명의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고, 자본이 중심인 사회에서 부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모습이 맞다기보단, 만약 개발과 관광화로 그들이 그렇게 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을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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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타드 토박이 사이먼 씨 |
저번 공정여행이 진행될 때, 참가자들은 이들의 실상을 걸으면서 보고,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인터뷰를 벌이고, 마을에 뜻있는 분들로부터 강의를 받았다. 우리가 받은 충격은 개발과 관광화의 부정적인 측면이라기보단, 그 두개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고 그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들의 삶에 투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오래전부터 산을 깍아서 계단식 논을 일구고 살아가며, 5백여 년 스페인 - 미국 - 일본으로 이어지는 식민지 기간에도 정복되지 않았던 그 미지의 땅이 지금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타드의 토박이, 사이먼 씨는 이 부분에 대해 대단히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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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타드 마을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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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식 논 복원작업에 참가한 공정여행 참가자들의 모습 |
결국,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흐름일지언정, 이것을 제대로 고민해야 지속가능한 관광도 그리고 이 곳의 공동체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관광객이 자신들도 이런 모습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 일조한다는 정도의 생각은 요즘 말마따나 ‘쿨’하게 인정해야 이들과 함께 지속가능함을 고민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간단했다. 아이들에겐 적선보단 지역의 공익단체나 주민조직에 기부를, 우리에게 도움을 준 이들에겐 그 지역 임금 수준에 준하는 정당한 댓가를, 우리가 장관을 보고 즐기는 동안 밟고 만지면서 파괴된 계단식 논 복원작업 참가하기, 그리고 바타드 원주민들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에서 잠을 청하는 등의 공정여행 원칙을 수행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고민을 가지고 지속가능하면서도 여행자와 원주민 모두가 설레는 여행을 고민하고 잇다고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대단한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또 무엇이 있을까? 지나가는 관광객이나보다 생각하는 주민들 역시 많았다. 다만 사이먼 씨 산장에서 우리는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이푸가오 전통차를 마시고, 어젯밤 우리를 도와주고 안내해준 주민들과 바타드식 전통축제를 벌였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을 이어갈 때마다 참가자와 기획자는 끊임없이 소통하려 노력하고 그것을 현지인들과 대화하려 시도했다는 것.
헤어지기 전 사이먼 씨의 눈시울 붉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당신은 장사치라 말한 사람, 그가 말했다.
“네가 처음 이곳에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고 했을 때, 긴가민가 했는데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공정여행이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또다시 만날 수 있을텐지. 친구?”
부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공정여행이 그리는 따뜻한 세상을 잘 알려내야 하는데, 아직 그러기에 나와 공감만세는 너무 부족할 따름이다.
※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공감만세)’은 '공정여행‘을 계속 고민하는 분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저희 공간(http://cafe.naver.com/riceterrace)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고두환 casto84@gmail.com 트위터 http://twitter.com/cast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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