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씨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마쳤고 개전의 정이 현저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모범수로서 가석방 요건을 갖췄다는 설명은 들을 것도 없다. 은씨가 누구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감사원 감사위원으로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영업정지 무마 청탁과 함께 1억7000만원을 받았다. 국가 최고 감찰기관의 고위공무원으로서 뒷돈을 챙겨가며 부실 금융기관의 비리를 감싸 수많은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쏟아내게 한 장본인이다. 정부의 도덕성을 맨 앞에서 실추시켰다. 죄질만 따져도 가석방의 은전을 받을 자격이 없는 죄인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이 직접 썼다는 대국민사과문의 글씨가 유독 크게 보였다. 대통령이 면목을 잃어가며 ‘죄송’을 연발하던 그 시각에 사회 정의를 앞장서 실현한다는 공무원들은 전 국민의 원성을 산 대통령 측근을 풀어줄 궁리를 한 모양이다.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 이하의 행태가 실망스럽다. 대통령의 사과가 입에 발린 소리였다고 여길 수밖에 없게 됐다. 은씨에 이어 줄줄이 쇠고랑을 찼던 비리 측근들이 앞다퉈 건재를 과시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범정부 차원의 몰염치가 짜증스럽다. 국민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는커녕 소금 뿌리는 짓만 골라 하고 있다.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을 이래도 믿어야 하는가. 억장이 무너지는 국민 심정을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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