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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 첫선 현대차 봅슬레이 어땠나

입력 : 2016-01-28 19:48:58 수정 : 2016-01-29 00: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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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력 매우 뛰어나
기술력 격차 줄였다”
소치동계올림픽이 막 끝나고 결과보고서를 작성 중이던 2014년 3월 서울 송파구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의 사무실에 손님이 찾아왔다. 자신을 현대자동차 직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봅슬레이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소치올림픽에서 한국 봅슬레이 선수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특히 정 회장은 썰매가 제대로 없어 외국 선수단이 쓰던 중고품을 최근까지 사용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도와줄 방법을 강구했다. 고민 끝에 정 회장은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통해 독자기술로 썰매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사실 현대차에 앞서 대한항공이 봅슬레이를 만든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연맹 측이 확인한 결과 대한항공은 계획단계에서 사업을 접었다. 연맹은 확인서를 받아 현대차에 전달했고 이후 순조롭게 진행됐다. 1년 반쯤 흐른 지난해 10월 마침내 현대차는 봅슬레이 3대를 대표팀에 전달했다. 현재 1대는 미국 뉴욕주의 레이크 플래시드, 2대는 스위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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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국산 기술로 만든 봅슬레이가 국제대회에 드디서 첫선을 보였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은 27일 국가대표 봅슬레이팀이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유럽컵 8차대회에서 새 썰매를 타고 처음으로 경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원윤종(31·강원도청)과 김진수(21·국군체육부대)는 새 썰매로 1, 2차 시기 합계 2분15초19를 기록, 36개 팀 중 15위를 차지했다. 지난 23일 원윤종과 짝을 이뤄 사상 첫 월드컵 금메달을 따낸 서영우(25·경기도BS연맹)는 허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이날은 성적보다 국내 기술로 만든 봅슬레이의 성능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대표팀은 애초 유럽컵에는 출전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새 썰매를 시험해보려고 체력 부담을 감수하면서 유럽컵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일단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용 대표팀 감독은 새 썰매에 대해 “가속력이나 조종이 매우 만족스럽다.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다른 썰매 제조업체의 수십 년 노하우와 기술력에 근접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랍다”고 높게 평가했다.

현대자동차가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을 위해 특별 제작한 새 썰매. 27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유럽컵 8차대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현대자동차 제공
봅슬레이의 트랙 길이는 1200∼1500다. 이 구간을 평균 130㎞ 이상의 속도로 질주해서 봅슬레이는 빙판 위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종종 봅슬레이 제작에 참여한다.

독일 BMW는 소치올림픽 때 미국 대표팀 봅슬레이를 만들었다. 이탈리아 페라리와 영국 슈퍼카업체 매클래런은 각각 자국 대표팀을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2월부터 라트비아의 썰매전문제조업체 BTC가 만든 제품을 사용했다.

현대차가 제작한 썰매는 맞춤형이다. 3차원(3D) 스캔 기술을 활용해 선수 체형을 측정해 대표팀 선수에 가장 잘 맞는 썰매를 제작했다. 특히 공기저항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현대차에는 풍동실험장이 있다. 이곳에서 운행 중 공기로부터 받는 저항을 얼마나 견디는지 측정한다. 현대차 측은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공기 저항을 이전보다 5%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또 썰매 동체의 소재는 항공기에 사용되는 가볍지만 단단한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적용해 고강성·저진동을 강화했다.

국산 봅슬레이가 첫선을 보였지만 올 시즌 월드컵 무대에서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연맹 관계자는 “한국 대표팀이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어 시즌 중 갑자기 썰매를 바꾸긴 어렵다”며 “연습 주행을 하면서 현대차 측과 계속 수정하고 있다. 곧 완공되는 평창 트랙에서 3월쯤 테스트하고 이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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