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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캠퍼스 낭만은 사치…먹고살 궁리 해야죠"…'아웃사이더' 자처하는 대학생들

입력 : 2018-03-13 19:26:42 수정 : 2018-03-14 13: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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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이 부른 ‘아싸 문화’

올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한 김모(20)씨는 신입생의 첫 행사인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에 불참했다. 재수 경험이 있는 김씨는 합격 직후 5급공무원 공채시험 준비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재수를 한 터라 또래보다 뒤처졌다고 생각하니 학과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 미팅 등 소위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며 “새터에서 불필요한 대인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아싸’. 무리와 섞이지 못하고 밖으로만 겉도는 아웃사이더(outsider)를 뜻하는 은어다. 우리 사회에서 아웃사이더는 속칭 ‘왕따’와 비슷하다는 부정적 의미가 컸다. 이제 ‘아싸’를 스스로 선택하는 이가 늘고 있다. ‘아싸’가 지닌 부정적인 의미는 퇴색했다.

대학가에선 학생회나 동아리 등 학내 활동이나 대인관계를 아예 끊고 졸업 후 진로나 목표에만 집중하며 스스로 ‘아싸’를 선택하는 이가 늘고 있다.

새내기들이 ‘자발적 아싸’가 되는 큰 이유는 취업난이다. 졸업 후 진로가 불투명해지면서 1학년부터 앞으로 먹고살 궁리를 하는 것이다. 공무원시험이나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로스쿨이나 의학·약학전문대학원 같은 전문대학원, 공인회계사 전문자격증 등을 새내기 때부터 준비하는 이가 늘었다.

지난해부터 자발적 아싸로 살아왔다는 이모(20·여)씨는 “로스쿨 입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게 학점이기 때문에 학점 잘 주는 수업을 골라 듣고, 로스쿨 준비생들끼리 리트(LEET·법학적성시험) 스터디를 하고 있다”며 “학과 내에 친구가 거의 없어 수업만 같이 듣고 뿔뿔이 헤어지곤 하지만 외롭다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다.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피곤함이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은 선배들이 아싸가 되는 요인이다.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의 표현으로 여겨진 ‘밥약’(밥 사주는 약속)을 하기가 이제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대학 2학년이 된 정모(20)씨는 선배 노릇 일주일 만에 50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 정씨는 “지난해 새내기 때 선배들에게 몇 번 밥을 얻어먹으면서 ‘나도 내년엔 후배들에게 밥을 많이 사줘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만에 50만원 넘게 쓰다 보니 부담스럽더라”며 “나도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충당하는 처지라 후배들을 만나기가 두렵고 언제부턴가 후배들을 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대학 3학년 이모(21·여)씨도 “지난해까진 의무감에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면서 돈을 벌어 학과나 동아리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가서 밥을 사주곤 했지만 두 학번 이상 차이가 나 자주 볼 것 같지도 않은 신입생들한테 돈을 쓰긴 좀 아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전적 이유 외에 가치관과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 변화도 아싸 문화를 낳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보편화하면서 집단 밖에서 자기관리를 하고 혼자 시간 보내는 것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됐다”며 “아울러 과거엔 혼자 행동하는 것을 낙인찍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불편한 집단주의에서 벗어나 혼자 생활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관대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동귀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젊은 층은 간접적 인간관계에 익숙하다”며 “인간관계 자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싶은 것도 아웃사이더가 늘어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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