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을 드나드는 출입국자는 한 해 8000만명 이상이다. 잠깐 방문하는 게 아니고 일정 기간 체류하는 외국인도 200만명을 넘어섰다. 처음 출입국관리 부서가 생겼을 때는 상상조차 못 했을 난민신청자는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 누적인원이 현재 4만여명이고 2021년에는 12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196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그런데도 법무부 산하 7개 실·국·본부 중 한 곳이 출입국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구조는 달라진 게 없다.
김태훈 사회부 차장 |
난민문제 주무부처는 법무부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난민과 직원 20여명이 이 문제를 전담한다. 지방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인력을 더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도의 경우 대략 난민신청자 1000명에 심사관은 6명이 전부다.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며 입국한 외국인 대다수는 솔직히 한국인에겐 생소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나라 출신이다. 국민이 ‘이래 가지고 정확한 난민심사가 되겠나’, ‘통역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등 의구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체류외국인과 이주민을 잘 돌보는 것도 법무부 업무다. 그래서 2007년 법정기념일로 만든 ‘세계인의 날’(5월20일) 기념행사를 매년 법무부가 주관한다. 국민 입장에선 좀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범죄자를 붙잡아 합당한 죗값을 치르게 하고(검찰) 수형자가 새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교화하며(교정) 전과자나 비행청소년의 재범을 막는(보호관찰) 곳이 법무부인 줄 알았는데…. 다양한 민족 및 문화권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사회를 만드는 것도 법무부 임무라고? 아무리 ‘융복합’과 ‘복수전공’이 대세인 시대라곤 해도 이쯤 되면 한 부처가 감당할 수비 범위를 넘어선 ‘과부하’ 아닌가 싶다.
한국처럼 일본도 법무성 산하의 ‘입국관리국’이 출입국심사, 체류외국인 관리 등을 관장하는 시스템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그랬던 일본이 최근 법무성에서 입국관리국 조직을 떼어내 별도 외청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내년 4월 출범이 목표인 가칭 ‘입국재류관리청’은 굳이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출입국·외국인청’에 가깝다. 일본 정부는 “불법체류 단속을 강화하고 외국인이 안심하고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기구 신설 배경을 밝혔다. 미국, 독일 등 다른 선진국들도 이미 오래전에 출입국심사, 체류외국인 관리 등을 전담하는 독립기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제 한국도 법무부에서 분리한 출입국·외국인행정 전담기구를 만들 시기가 되었다. 다문화사회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일반 출입국자는 물론이고 체류외국인과 난민신청자도 해마다 급증할 것이다. 특히 난민문제는 향후 한국의 정치지형도까지 바꿀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국민이 정부 난민심사의 전문성과 정확성을 믿지 못한다면 ‘난민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입장은 설 곳을 잃고 난민에 대한 불안감과 경계심만 더 커질 것이다. 이번 제주도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정부가 난민심사를 비롯한 출입국·외국인행정 시스템 전반의 재점검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태훈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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