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분리 조치 아동 12%에 불과
재학대 사례 중 69% ‘원가정 보호’
멍·상흔 발견 땐 72시간 응급 분리
아동 안전 최우선 확보에 힘 쏟아
경찰도 신고에 적극적 대응키로
전문가 “정상생활 전제돼야 복귀”
앞으로 아동학대로 두 번 신고가 되면 그 즉시 아동과 학대 행위자를 분리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원가정 보호라는 사회적 통념을 깨고 가정 내 아동학대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과 보건복지부는 서울 양천구에서 생후 16개월 입양아 A양이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끝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 29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 숨진 A양은 올해 초 새 부모에게 입양됐다. 이후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A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재학대 가능성이 클 때 피해아동을 격리보호 하도록 규정하지만, A양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장 경찰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현장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아동학대 신고 중 상당수는 원가정 보호 조치로 끝난다. 복지부에서 발표한 학대피해아동 보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학대피해 아동 3만45명 중 원가정 보호 유지 조치가 된 아동은 약 84%인 2만5206명에 달했다. 분리조치된 아동은 3669명으로 12%에 그쳤다.
원가정 보호 조치는 재학대 유발 가능성이 크다. 아동권리보장원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사례 가운데 재학대 비중은 2016년 8.5%, 2017년 9.7%, 2018년 10.3%로 매년 증가세다. 재학대 사례 중 69%(2018년 기준)는 처음 학대 발견 시부터 재학대까지 원가정 보호가 유지된 경우다.
정부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응급조치가 적극 실시되도록 세부 지침도 마련했다.
두 번 이상 신고된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72시간 동안 응급 분리하도록 새 지침에 명시했다. 의료인이 아동의 신체적 학대 정황을 포착해 신고한 경우에도 이 지침이 적용된다. 1년 내 아동학대가 두 번 신고되는 등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조치를 결정할 때까지 아동의 분리보호를 지속할 수 있는 즉각분리 제도를 도입해 현재 7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응급조치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이번 개선안과 관련해 최종균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반복 신고, 의료인 신고 등 아동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에는 우선 아동을 분리보호하고 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겠다”며 “즉각분리 제도 도입을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 피해아동 보호명령 실효성 강화 및 양형기준 강화 등을 위한 법원과의 협의 등도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강황수 경찰청 생활안전국장도 “경찰은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적극적 대응으로 아동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고, 현장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아동보호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대 유발 요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원가정으로 복귀시키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원가정 복귀는 가정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고 아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가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는 전제를 달고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지, 아이들을 부모와 적기에 분리하지 않고 무작정 원가정 복귀를 해선 안 된다”며 “학대를 근본적으로 발생시키는 원인들을 발견하고 차단하고 해소할 수 있는 노력들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그냥 위험상황에 다시 돌려보내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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