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곳곳·횡단보도 진입로 등
마구잡이로 세워놔 통행 불편
시각장애인 사고도 비일비재
전문가·장애인단체 “단속 확대
전용주차공간도 늘려야” 강조
지난 11일 오후 1시쯤, 서울 마포구의 견인보관소 앞. 견인된 차와 오토바이 등이 늘어선 곳으로 트럭 한 대가 들어왔다. 트럭 뒷자리에는 공유형 전동킥보드 12개가 실려 있었다. 인근 길가에 불법 주차돼 있던 것들이다. 견인업체 관계자는 “마포구에 대학교가 많아 전동킥보드를 타는 학생들이 많다”며 “차도나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진입로 등에서 통행을 방해하던 전동킥보드를 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은 날씨가 추워져서 그나마 전보다는 덜한 편”이라며 “마포구에서만 하루 평균 30∼40대가 견인된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불법 주·정차가 사회적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해 견인되는 전동킥보드가 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전동킥보드 견인 조치를 시행한 뒤 5개월간 1만6000대가 견인된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15일 견인을 시작한 뒤 11월30일까지 총 1만6270대의 킥보드가 견인됐다. 월별 견인량은 △7월 1353건 △8월 2946건 △9월 4061건 △10월 3636건 △11월 4274건으로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7월에는 25개 자치구 중 6곳에서만 견인을 했지만 8월 12곳, 9월 15곳, 11월 18곳으로 견인 시행 자치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 24개 자치구에서 견인을 시행 중이고, 오는 17일부터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견인 조치를 하게 돼 매달 견인되는 킥보드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7∼11월 25개 자치구에 접수된 총 신고 건수는 3만1229건으로 견인 건수의 2배 수준이다.
현재 △차도 △지하철역 진출입로 △버스정류장·택시승강장 10m 이내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위·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진입로 △횡단보도 진입로에 주·정차된 전동킥보드는 즉시 견인 조치된다. 이들 5개 구역 외 일반 보도에서는 신고 후 킥보드 업체가 자율 수거할 수 있도록 3시간의 유예시간을 부여하고, 유예시간이 지나면 견인한다. 전동킥보드가 견인될 경우 업체에서 견인료 4만원과 30분당 700원의 보관료를 내야 한다.
전동킥보드 불법 주차로 민원이 늘면서 나온 대책이지만, 불법 주차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이모(40)씨는 몇 주 전부터 빌라 주차장 앞에 전동킥보드가 널브러져 있어 불편을 겪고 있다. 이씨는 “주차장이 골목길에 맞닿아 있는데 주차장 쪽에 전동킥보드를 눕혀 놓고 가는 사람이 있다”며 “밤에 넘어질 뻔해서 신고했지만 그 자리에 계속 놓고 간다”고 말했다. 3살 자녀를 둔 김모(33)씨도 “유모차를 끌고 가다가 좁은 인도에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어 차도로 돌아간 적 있다”며 “타는 것은 좋은데 주차는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특히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에겐 길가에 아무렇게나 놓인 전동킥보드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김경숙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 이사장은 “시각장애인인 아들이 지팡이를 짚고 가다가 점자블록 위에 주차된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졌다”며 “전동킥보드 때문에 다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전모(55)씨도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앞에 전동킥보드가 있어 엘리베이터를 못 타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장애인단체는 전동킥보드 불법주차 단속을 확대하고 전용주차공간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견인은 ‘사후 조치’에 가깝다”며 “애초에 주차공간이 있어야 길에 방치하는 경우가 줄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그나마 서울은 전동킥보드 견인을 하고 있지만 견인을 하지 않는 지자체도 많다”며 “전국적으로 견인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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