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가 주말 사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용산 청사 앞 잔디밭에서 반려견과 함께 휴식을 취하던 사진이 지난 29일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외부에 공개되자 한 말이다. 경내에서 대통령 내외를 찍은 사진이 대통령실의 공식 창구인 대변인실이 아니라 개인 팬클럽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오전, 페이스북 ‘건희 사랑’ 페이지에 ‘전 세계에서 제일 멋진 대통령’이라는 글과 함께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찍은 사진 5장이 올라왔다. 한 사진은 지난 28일 6·1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함께한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집무실 테이블에 앉은 사진이었다. 김 여사가 집무실을 방문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나머지는 지난 28일 김 여사가 반려견 써니와 나래 등 3마리를 데리고 용산 청사를 찾아 집무실과 청사 앞 잔디밭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써니와 나래를 품에 안고, 잔디밭을 뛰어노는 반려견들을 지켜보는 등 평온한 주말을 보내는 모습들이 사진에 담겼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진은 지난 28일 오후 10시48분, 김 여사의 팬카페인 네이버 ‘건사랑’에 처음 올라왔다. ‘길벗’이라는 닉네임을 쓴 회원이 ‘김건희 여사 인형? 용산 집무실에?’라는 제목으로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반려견을 품에 안고 있는 사진, 잔디밭에서 반려견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사진,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집무실에 앉아있는 사진이었다. 이후 ‘성실멤버’라는 닉네임의 회원이 오후 11시 6분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잔디밭에 앉아있는 사진을 추가로 올렸다.
김 여사와 반려견들의 용산 청사 방문 사실은 지난 29일 오전 페이스북 ‘건희 사랑’ 페이지에 사진이 공개되면서 언론에 알려졌다. 대변인실도 해당 사진의 촬영 여부를 모르고 있다가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팬클럽을 통해 대통령과 영부인의 사진이 공개된 것 자체가 ‘사고’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의 말과 글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사진 공개 또한 PI(Presidenty Identity·대통령 이미지) 관점에서 조율돼야 할 영역으로 과거 정부에서는 일정·기획·공보 등의 홍보 전략 아래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진 공개에 대해 대변인실과 국민소통관 등 공보 담당 부서에서는 사전 조율이 없었다. 대통령의 사생활이더라도 영상(사진) 또한 대통령 기록물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팬클럽을 통한 사진 공개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날 TBS 라디오에서 “대통령 집무실에 부인이 놀러 가서 사진 찍는 건 공사 구분이 안 된다는 말”이라며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건 대통령비서실 기능이 작동 안 되고 있다는 소리다. 이러다 사고 난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 여사 측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휴일 사생활 사진을 팬클럽을 통해서 충분히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건희 사랑(희사랑)’ 팬클럽을 운영 중인 강신업 변호사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휴일에 대통령 부인이 사적 활동을 한 게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대통령 부인의 휴일 사생활까지 대통령실에서 관리하거나 대통령실을 통해 공지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미쉘 오바마와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도 공개하며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이 근무하는 집무실에, 그것도 휴일에 방문하는 게 무엇이 문제이며 그것이 어떻게 ‘대통령 부인 놀이’ 인가”라고 따졌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전까지는 건희 사랑(희사랑), 건사랑 등 팬클럽과 개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근황을 전해왔다. 형식은 팬클럽 회원들과 소통이었지만 이를 통해 언론에 자연스러운 근황을 전하며 대중 접촉을 넓혀왔다. 윤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까지 팬클럽에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였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에서 PI를 담당하는 홍보기획비서관이 공석인 상황에서 김 여사가 반려견과 함께하는 윤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의 외부 공개를 주도하면서 PI에 관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PI를 담당할 홍보기획비서관이 윤 대통령 취임 후 계속 공석인 상황이다. 전시 기회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온 김 여사는 최근 윤 대통령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팬클럽을 통한 사진 공개의 적절성에 대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라며 “홍보기획비서관 인선에 대해서는 “서두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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