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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윅4, 그리고 길복순… 같은 듯 다른 ‘킬링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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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08 20:00:00 수정 : 2023-04-08 18: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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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공세와 촬영 노하우…꽉 채운 액션물 ‘존 윅 4’
강렬한 색채와 스피드… 롱테이크 오버헤드 샷 백미

배경 활용과 스피드 완급 조절… 미학 액션 ‘길복순’
액션보다 서사에 무게 둬… 한국적 유머 코드 더해

존 윅 액션 한 수 위지만, 3시간 과도한 감 있어
두 작품 배우, 나이·성별 잊게 하는 연기 보여줘

액션과 누아르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 팬들이 ‘존 윅 4’의 오는 12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에 유혈이 낭자한 영화라 관객층이 제한적임에도 지난 2019년 국내 개봉한 존 윅 3가 100만 관객을 동원, 이번 작품에 대한 흥행 성적에 영화계의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존 윅 4는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변성현 감독의 영화 ‘길복순’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액션 누아르로 장르가 같은 데다가, 길복순이 존 윅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우선 둘 다 영화의 타이틀이 주인공의 이름이고, 두 영화 모두 누아르 장르답게 어둡고 음험한 화면에 화려한 색채가 인상적이다.

 

킬러를 다룬 영화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과 황금빛 조명이 어둠이 대비된다. 길복순은 옷 자체가 붉은색이고, 윅이 방문한 일본에선 붉은 네온사인과 차(茶)가 눈에 띈다. 존 윅의 황금빛 석양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색채적 장치다.

 

기본적으론 윅과 복순 모두 총기를 중심으로 사용하지만, 총 외에도 칼과 활, 주먹 등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동원한 초근접 액션을 펼친다는 점도 닮았다.

 

화려한 카메라 워크도 두 영화의 특징이다. 영화는 다양한 구도와 소품, 시간 흐름의 조작 등을 통해 액션 장면을 돋보이게 한다.

 

둘 다 웬만해선 죽일 수 없는 킬러인데, 두 영화에서 현실성과 개연성을 따진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영화 자체의 룰이자 인과 관계라고 할 수 있는 ‘핍진성’을 따른다.

 

비슷하다곤 해도 이 두 영화가 보여주는 방식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존 윅에도 나름대로 서사가 존재하지만 영화의 핵심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며 벌이는 액션에 있다. 반면 길복순은 액션이 복순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처럼 느껴진다.

 

액션 장면에서 보여준 기술은 장르적으로 길복순의 원조 격에 가까운 존 윅이 한 수 위다. 투입한 제작비도 그렇겠지만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그간의 시리즈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총동원해, 현대 액션의 모든 것을 이 한편에 담으려 한 듯하다.

 

특히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마치 관객이 게이머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감독은 다양한 구도를 통해 총격전을 보여주는데, 카메라가 드론 시점인 오버헤드 샷으로 바뀌며 롱테이크로 방과 방을 오가며 벌이는 총격전은 감탄이 나온다.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오가는 개선문에서의 액션과 시크레 쾨르 대성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푸아이아티에 222계단에서 윅이 구르는 장면엔 ‘헉’ 소리가 난다.

 

길복순에서 주목되는 액션신은 일본 야쿠자인 오다 신이치로(황정민 분)와 복순의 결투, 식당에서 복순이 한 때 술친구였던 킬러들과 벌이는 싸움, 킬러 회사 대표인 차민규(설경구 분)와 복순의 결투다.

 

변성현 감독은 복순과 신이치로의 액션에서 지하철과 기둥 등 주변 사물을 영리하게 이용해 영상을 만화처럼 표현한다. 존 윅이 프랑스 아파트 액션 장면에서 카메라 촬영의 수직적 경계를 허물었다면, 길복순은 카메라의 360도 회전을 통해 벽과 벽 사이를 오가며 수평적 경계를 파괴한다.

 

엄청난 물량 투입과 카메라 움직임이 다양한 존 윅이 더 역동적인 액션을 구현하고, 스크린에 구현된 영상도 더 세련됐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길복순은 차민규와의 대결에서 보여준 슬로우 모션과 영상의 중첩 등 미학적인 액션 장면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여기에 한국적 유머코드도 더해졌다.

 

사실 두 영화를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한다는 어불성설이다. 존 윅 4는 제작에 1억달러(약 1300억원)가, 길복순은 150억원이 들었다. 두 영화를 비교해서 봐야할 건 퀄리티가 아니라 감독의 장르를 다루는 방식이다.

 

액션을 갈망하는 관객이라면 분명 액션과 분위기, 줄거리 등에서 누아르를 철저하게 구현한 존 윅은 좋은 선택이지만, 3시간에 육박하는 상영시간은 따라가기에 조금 숨이 차다. 상영시간을 20분만 줄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길복순은 주인공이 킬러라고 하기엔 아이 키우느라 고생하는 너무 착한 엄마다. 스토리에 치중한다고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적 요소와는 무관하지만, 윅 역의 키아누 리브스는 60세, 그와 대결 구도를 그리는 눈먼 킬러 케인 역의 전쯔단(견자단)은 61세다. 그리고 전도연은 51세로 액션 연기에 새롭게 도전했다. 그들의 연기는 나이·성별이 장벽이 아님을 보여준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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