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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신원 확인되자 “엄마 아닐 거야… 믿을 수 없어” 오열 [제주항공기 무안 참사]

입력 : 2024-12-30 06:00:00 수정 : 2024-12-30 10: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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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 이어진 유가족 대기실

“친구 8명 여행 갔다가…” “3대가 같이…”
“2025년 3월 결혼 예정인 조카 내외 봉변”
탑승객 50∼60대 최다… 3세 희생자도
가족 단위 패키지 여행 많아 안타까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엄마 아닐 거야.”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 대기실이 마련된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에 모인 여객기 탑승자 가족들은 사망자 신원이 확인되자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사망자의 이름이 한 명씩 불릴 때마다 대기실에선 울음이 터져 나왔고, 유가족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망자 확인이 되지 않은 유가족들은 모은 두 손을 풀지 못한 채 혹시 모를 생존자 소식을 간절히 바랐다.

 

망연자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 탑승객 가족들이 생존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179명의 사망·실종 소식을 듣고 바닥에 앉아 오열하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29일 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무안국제공항에는 희생된 가족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고현장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당국에 의해 현장 출입이 막히자 “현장을 보게 해 달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일부 가족은 공항 직원들의 손과 옷을 붙들고 “우리 아빠 살려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참사 소식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사고 항공기에 조카가 탑승했다고 한 60대 여성은 “애 엄마랑 아침에 연락받고 여기로 바로 왔다”며 “신혼인데 연말에 남편이랑 휴가 내고 여행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믿을 수 없다”고 애통해했다. 한 20대 남성은 사고 직전 항공기에 탑승한 어머니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여주며 울음을 삼켰다. 어머니는 착륙 직전인 오전 9시 아들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 하는 중’이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아들은 ‘언제부터 그랬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방금’, ‘유언해야 하나’라고 답했고,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 연락이 됐다고 한다. 60세 여성은 “65세 시동생과 친구 8명이 태국으로 여행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사고 소식 듣고 우리 가족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40대 남성은 “어린아이들까지 아내 사돈들 9명, 3대가 같이 탔다”고 했고, 50대 남성은 “내년 3월 결혼 예정인 예비 신랑, 신부 조카 내외가 여행 갔다가 이런 봉변을 당했다”며 허망해했다.

 

유가족들은 “실종자 대부분이 사망했다”는 당국의 발표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현장에서 수백명이 “추가로 파악된 생존자가 있냐”, “생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냐”고 애타게 물었고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고 있다”는 당국 관계자의 말에 오열했다. 무안에서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한 군청 직원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워서 어떡하냐”고 애통해했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국토부와 소방서 관계자들이 여객기 추락 사고 유가족들에게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사고가 발생하고 8시간이 훌쩍 지나고도 사망자 신원 확인 과정이 지지부진하자 유가족들은 “대응 상황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 유가족은 “뉴스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상황실 등 소통 창구를 만들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는데 묵묵부답”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속한 신원 확인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대기실 앞쪽에는 임시 소통 창구가 꾸려지고 무안군청 직원과 신안소방서장 등이 대기하기도 했다.

 

오후 8시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사고 11시간 만에 현장에 나타나자 유가족의 항의가 쏟아졌다. 한 유가족은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1시간40분이면 된다”며 “본인 가족이 죽었어도 이런 식으로 행동했을 것이냐”고 비난했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탑승객의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가 난 항공기에는 가족 단위 탑승객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탑승객 명단을 보면 50∼60대가 79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어린 희생자는 3세인 2021년생이었다. 탑승객들은 대부분 광주와 전남 주민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공항은 국내선만 취항해 광주와 전남, 여수와 순천 인근 주민들이 국제선 이용을 위해 무안공항을 찾는 경우가 많다. 태국 방콕에서 무안을 오가는 항공편은 이달 8일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골프 여행 등 패키지 여행객이 많아 중장년층과 가족 이용객이 특히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여객기에는 전남교육청 직원 5명도 탑승했다. 이들은 동기 모임으로 여행을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무안 사고본부에서 김대중 전남도교육감과 만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화순군 전·현직 공무원 10명과 목포시, 담양군 공무원들도 탑승 명단에 포함됐다. 중소 여행사 사장과 직원 2명도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가 나온 기관들은 사고현장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수습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다.


무안=이정한·이예림·김선덕 기자, 세종=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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