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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으로 한민족 우수성 전할 것”… 日에 희망 새기다 [2025 신년특집-광복 80년 한국인의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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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7 06:00:00 수정 : 2025-01-07 07: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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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미술관’ 설립 정조문 선생 유지 울림
한국문화재 1700여점 수집 1988년 개관
재일동포로서 받은 멸시 극복 의지 담겨

“진짜 미술품을 통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전하고 싶다.”

정조문(1918∼1989·사진) 선생이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에 ‘일본 유일의 조선반도(한반도의 일본식 명칭) 전문 미술관’ 고려미술관을 설립하며 새긴 희망이자 의지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정조문은 1925년 가족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와 198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번도 한국을 찾지 않았다. 사무치게 그리워했으나 통일을 염원하며 분단된 조국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수집품에 투영되어 있다. 1955년 교토 골동품점 ‘야나기’에서 조선시대 백자에 홀리듯 매료됐고 일본에 있는 한국문화재 1700여점을 수집해 1988년 10월 고려미술관을 열었다. 한반도의 첫 통일왕조 ‘고려’의 이름을 빌려 미술관이 남북한을 나누지 않는 공통의 공간이 되길 희망했고 “언어, 사상, 이념을 넘어 조선이나 한국의 풍토 속에서 성숙한 아름다움”을 전하려 했다.

고려미술관 설립의 토대는 자이니치라는 이유로 그가 겪어야 했던 온갖 멸시와 고통이었다. 8살부터 직물점에서 일하다 뒤늦게 들어간 학교에서 “조선을 정벌하자”는 말들을 듣고,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받은 것이 오히려 제대로 된 역사를 알고, 전해야 한다는 의지로 바뀌었다.

1969년 3월 창간한 계간지 ‘일본 속의 조선문화’에서는 역사학, 민속학,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학자의 교류가 이뤄지길 바랐다. 현지 교토신문은 이 잡지를 두고 “편견에 차 있던 일본 고대사에 이 정도의 충격을 준 것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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