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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고려인 정착’ 사업으로 지방 소멸 문턱 넘는다

입력 : 2025-01-26 11:03:15 수정 : 2025-01-26 11: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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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에서 오랫동안 살고 싶습니다”
김창규 충북 제천시장이 고려인 동포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천시 제공

2019년 5월부터 경기도에서 지내다가 지난해 10월 충북 제천시로 이주한 니 콘스탄틴(45살·우즈베키스탄)씨는 신월동에 있는 재외동포지원센터 단기체류시설에 머물고 있다. 그는 “공업사에 취업하는 등 아내, 딸과 함께 제천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11살인 딸은 초등학교 4학년으로 재외동포지원센터 인근 초등학교에 다닌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유가이 아나스타샤(23)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5월 남편과 함께 한국에 입국해 제천시 고려인 이주정착사업을 듣고 이 사업에 참여했다. 그는 “저는 제약회사 생산팀에서, 남편은 축산물가공업체에서 근무하고 단기체류시설에서 생활한다”며 “생활공간과 일자리가 생기면서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충북 제천시에서 고려인 동포 송년의 밤 행사가 열렸다. 제천시 제공

◆최근 2년간 고려인 동포 542명 이주

 

제천시가 중소기업 일손 부족 해소 등 인구소멸 위기 해법으로 고려인 동포 정착지원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23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이 사업에 참여한 이주고려인 동포는 지난해 11월 500명을 넘어섰고 현재까지 209세대 542명이 지원받았다.

 

시는 올해도 외국인 주민 정착지원을 위해 출입국업무 지원사업을 지속한다고 26일 밝혔다. 지역에서 90일을 초과해 체류하는 외국인 주민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 체류자격 부여·변경·연장 등 업무 심사 수수료를 제외한 대행처리 지원금을 1건당 최대 10만원까지 지급한다. 이 사업으로 지난 2년간 392건을 지원했다. 시는 지방소멸 위기감에 인구 늘리기 정책 일환 이 사업을 추진했다. 실제 제천시 인구는 2000년 14만7950명에서 2023년 13만194명, 지난해 말에는 12만8569명으로 13만명대마저 무너졌다.

 

지난해 4월 ‘제천시 고려인 등 재외동포 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관계기관, 단체 등과 고려인 등 재외 동포 이주·정착 지원사업 업무협약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제천 재외동포지원센터 문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지난 2024년 9월 김창규 충북 제천시장과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이 아기가 태어난 고려인 동포 가정을 만나 축하했다. 제천시 제공

◆주거와 취업, 돌봄 등 ‘종합지원’

 

이런 정책 중 가장 큰 특징은 고려인 동포 이주정착 종합지원시스템이다. 우선 이주 동포에게 지역 기업 취업 연계로 생계를 챙긴다. 또 4개월간 무상숙식이 가능한 단기체류시설 입소로 생활공간도 제공한다. 단기체류시설에서는 지역 적응과 한국어 교육을 하고 거주 기간 만료 전 지역 내 원하는 곳에 거주할 수 있게 주거도 연계한다.

 

동포 자녀의 학교 입학과 전학 지원은 물론 의료와 교육, 보육, 장학 등을 지원해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다. 지역특화형 비자로 국내 취업이 불가능한 학생 비자(F-1) 소지자를 합법적으로 근로할 수 있게 비자 변경을 위한 추천과 출입국 민원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제천 이주고려인 동포는 가족 단위 이주가 대부분으로 등록인구, 생활인구 증가와 함께 방 2개 이상의 주거지를 희망하면서 부동산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또 부부와 아이들까지 동반하면서 지역 내 인력난을 겪는 일부 기업에 구인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 2024년 8월 충북 제천시가 청주지역 고려인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취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제천시 제공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했다.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NYT)에 ‘인구소멸도시를 구하기 위해 시장이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에게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또 지난해 7월에 BBC 뉴스코리아는 ‘초저출생 한국에서 이미 시작된 미래’라는 기사를 다뤘다.

 

시 관계자는 “제천시는 재외동포 유치로 인구감소 등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며 “지방소멸의 문턱에서 고군분투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제천=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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