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관광시장 맞춰 대응 전략 마련해야”
정부가 3분기 중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제주 관광업계는 지역 관광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다음달 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가 공식화되자 제주지역 관광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무사증) 입국이 허용되는 지역이며,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대다수가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2024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90만5696명 중 중국인 관광객은 72.5%인 138만3013명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1월 기준으로도 80%에 달했다.
그러나 2016년 306만1522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2017년 74만7315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0만3288명, 2021년 6381명, 2022년 9891명까지 줄었다. 2023년 41만535명으로 회복해 지난해 138만3013명을 기록했지만, 한한령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주도의 독점적 무비자 혜택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제주 방문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제주 관광업계는 이미 경기 침체와 고환율,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 시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정작 소비력이 큰 유커는 돌아오지 않았다. 면세점 매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유명 브랜드들이 철수하고 있다”며 “비자 면제 조치로 단체관광객이 전국으로 분산되면 제주 관광 시장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무비자 혜택”이라며 “단체 관광 수요는 여전하고, 이번 조치로 타 지역에서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제주가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번 조치가 오히려 제주 관광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중국인 관광객 시장 자체가 확대되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한국 등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 데 이어, 우리 정부가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으로 화답한 것이어서 중국 관광객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오히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코로나19 이후 침체했던 중국 관광 수요가 회복되면 제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에서 단체여행 비자를 받기가 쉬운 편이며, 중국 내 한국 단체여행 선호도도 낮아진 상태라 이번 조치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카지노 이용객 중 ‘큰손’은 단체 관광객이 아니라 개별 관광객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카지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자 면제 조치는 제주 관광업계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겨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광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 관광 시장의 회복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제주도는 변화하는 관광 시장에 맞춰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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