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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 여왕’의 귀환… 50대도 사랑스러워

입력 : 2025-04-08 21:00:07 수정 : 2025-04-08 2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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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내 개봉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9년 만에 선보이는 네 번째 시리즈
사별한 중년맘 브리짓의 일·로맨스
상실의 아픔 딛고 성숙한 새 출발
로코 선호도 줄며 美선 OTT 직행
英·佛 등 일부 상영국가 깜짝 흥행

‘금발이 너무해’(2001),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2002), ‘첫 키스만 50번째’(2004),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

 

2000년대 초는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황금 시대였다. 대히트 작품이 잇따랐고 실패할 수 없는 장르로까지 여겨졌다. 줄리아 로버츠, 리즈 위더스푼, 샌드라 블록 등 스타가 ‘로코퀸’으로 영화관의 간판을 장식했다. 2001년 시작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의 타이틀롤(제목과 이름이 일치하는 주인공)을 맡은 르네 젤위거도 마찬가지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는 4년 전 남편을 잃고 싱글맘으로 살아가던 브리짓이 방송 프로듀서로 복직하고, 매력적인 새 연인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되찾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전 세계적으로 로맨틱코미디 제작을 멀리했다. 온라인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가 시장을 바꾸면서다. 관객들을 극장에 유인하기 위해 화려한 볼거리로 영화에 물량공세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남녀의 로맨틱한 애정관계를 그리는 콘텐츠는 점차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옮겨갔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영화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규모의 경제’ 관점에서 텐트폴 영화(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매우 큰 규모로 만든 영화)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로맨틱코미디 영화 제작은 감소했다. 팬들의 애정도 시들해졌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1순위로 선호하는 장르가 로맨틱코미디라고 답한 관객은 2007∼2016년 평균 13.3%로 나타났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7.6%, 8.0%로 떨어졌다.

국내에서 16일 개봉하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뉴 챕터)가 미국에서 극장 공개 대신 스트리밍 사이트로 직행한 것은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퇴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꼽힌다.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미국에서 NBC유니버설이 운영하는 OTT 서비스 피콕을 통해 지난 2월 최초 공개됐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오세아니아, 라틴 아메리카 등 70여개 국가에서는 밸런타인 데이 시즌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from left) Bridget Jones (Renée Zellweger) and Roxster (Leo Woodall) in Bridget Jones: Mad About the Boy, directed by Michael Morris.

르네 젤위거가 처음 브리짓 존스라는 사고뭉치 캐릭터로 스크린에 등장한 지 25년이 흘렀다. 2001년의 브리짓 존스는 불안정하고 어수룩한 캐릭터였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그는 로맨틱한 연인 마크 다시(콜린 퍼스)와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았다. 로맨틱코미디 여주인공 식의 해피엔딩을 이미 맞이했지만, ‘뉴 챕터’의 시작에서 브리짓은 행복을 빼앗긴 상태로 그려진다. 변호사인 마크는 4년 전 수단에서 인도적 임무를 수행하다 숨졌다.

브리짓은 하루 대부분 시간을 잠옷을 입고 보내며 일상을 간신히 유지한다. 엉뚱한 초등학생 남매는 좀처럼 통제가 되지 않고 집안은 폭탄을 맞은 듯 어지럽다. 홀쭉하게 살이 빠진 브리짓의 얼굴에 파인 주름에는 어느덧 중년 엄마로서 피할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산부인과 의사 드 로울링스(엠마 톰슨)의 격려로 다시 TV프로듀서로 일하게 된 브리짓은 활기를 되찾는다. 또 다른 친구는 브리짓에게 데이팅앱을 사용해 다시 데이트를 하도록 도와준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연하남 록스터(레오 우달)와 브리짓 아들 빌리의 과학 선생님 월라커(치웨텔 에지오포)가 그녀의 로맨틱한 상대로 출연한다.

(from left) Mr. Walliker (Chiwetel Ejiofor) and Bridget Jones (Renée Zellweger) in Bridget Jones: Mad About the Boy, directed by Michael Morris.

그러나 가장 반가운 건 2001년 시리즈의 시작 때부터 은근한 매력을 풍긴 다니엘(휴 그랜트)의 귀환이다. 그는 여전히 불쾌할 정도로 능글맞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할 뿐 아니라, 내면의 성장을 드러내며 감동을 준다. 다니엘과 브리짓이 오랜 우정에 대해 논하는 장면은, 마치 수년 만에 만난 옛 친구들이 한결 성숙해져 있는 모습을 본 것처럼 뭉클하다.

관객들이 인생에서 풍파를 겪고 힘든 시기를 보내듯, 배우자 상실을 경험한 브리짓도 고비를 맞는다. 죽은 마크는 브리짓에게 언뜻언뜻 유령처럼 나타난다. 그녀는 슬픔을 직면하고, 충분히 애도한다. 두 아이에게 아버지의 기억을 소중히 여기도록 가르치면서도 그 기억에 압도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천방지축 30대 싱글여성 브리짓이 선사하던 엉뚱한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51세가 된 그가 헤쳐나가는 달콤씁쓸한 인생사에는 고유의 온기가 감돈다.

미국에서는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공개됐지만, 영화는 영국·프랑스 등에서 깜짝 흥행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약 1억2974만달러(약 19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영국에선 2월 개봉 이후 약 5745만달러(약 843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올해 박스오피스 1위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세월과 함께 깊어진 브리짓의 이야기가 국내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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