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치안 등 국내 상황 관리에 무게
황, 설맞이 가석방 등 권한 적극 행사
한, 대통령 몫 헌재재판관 임명 등
대선 앞두고 정치적 행보 촉각 곤두

제21대 대통령선거를 56일 앞둔 9일,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바 있는 고건·황교안 전 총리가 판이했던 행보를 보였던 가운데, 한 권한대행이 어느 길을 걸어가느냐에 따라 신속한 정국 수습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지낸 총리는 한 권한대행을 포함해 총 10명이다. 이 중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한 권한대행 체제는 올해 윤석열정부를 포함해 2004년 노무현정부와 2016년 박근혜정부에서 가동된 바 있다.
헌법상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국군통수권, 외교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에 관한 권리, 법률안 재의요구권·공포권, 공무원 임면권, 헌법기관의 구성권 등 대통령 권한을 그대로 승계한다. 다만 정치권에서 고·황 전 총리 두 사람이 이끌었던 2004년과 2016년 권한대행 체제는 성격이 상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 전 총리가 상대적으로 절제된 권한을 행사한 것에 반해, 황 전 총리는 대통령에 준하는 권한을 행사해 잡음이 잇따랐다.

고 전 총리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2004년 3월12일부터 같은 해 5월14일까지 63일간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다. 고 전 총리는 외교·안보·치안 등 내외적 상황 관리에 중점을 뒀다. 그마저도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정상 외교에 나서지 않았으며 별도의 현장 방문 또한 없었다.
황 전 총리는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한 사례였다.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 것은 2016년 12월9일부터 2017년 5월10일까지 약 5개월간이다. 2017년 1월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거나, 설맞이 대규모 가석방을 지시하는 등의 광폭 행보를 보였다. 전통시장과 쪽방촌 등 현장 방문도 30여 차례 이어졌다.

당시 야권에서는 황 전 총리를 겨냥해 ‘부적절한 대권 행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명의로 기념시계를 제작하고 배포한 것이 논란을 키웠다. 실제 황 전 총리는 퇴임 이후 정계에 입문했다. 황 전 총리는 2019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에 입당해 당 대표를 지낸 데 이어 2021년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 고 전 총리와 황 전 총리 두 사람의 행보가 사뭇 달랐던 데에는, 개인의 기질 외에도 당시 정치적 환경이 달랐던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 전 총리의 경우 권한대행직 수행 기간이 짧았고 노 전 대통령의 파면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반대로 황 전 총리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데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었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까지 치러야 했다는 측면도 있다.

6월4일 퇴임하는 한 권한대행의 경우는 고 전 총리보다 황 전 총리 쪽에 가까워 보인다. 한 권한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미임명했다가 탄핵소추되기도 했고, 8일에는 대통령 몫인 2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전격 지명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서다. 다만 현재로선 한 권한대행이 정치 행보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고 전 총리 재임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한 권한대행이 고 전 총리의 전례에 따를 것이란 관측에서다. 한 권한대행은 최근 총리실 간부들에게 출마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고,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선 출마를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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