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이 조용하고도 단호하게 미래를 대비한 ‘게임 체인저’를 꺼낼 모양새다. 이름은 F/A-XX. 미 공군 F-47과 더불어 미국의 패권을 지킬 6세대 전투기이자 유·무인 전장을 통합 지휘할 ‘하늘의 허브’다.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산둥함, 푸젠함과 스텔스 전투기 J-20·J-35, 대함탄도미사일(ASBM) 등으로 인도태평양 해상 패권을 노리는 중국에 맞서 미국은 해상 교전의 판도를 바꾸는 ‘한 수’를 준비해 온 셈이다.

F/A-XX는 F-35같은 전투기가 아니다. 스텔스, 인공지능(AI), 유·무인 복합체계, 장거리 작전능력 등을 갖춘 공중 플랫폼이 될 예정이다. 미·중 해상 제공권 경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하는 첫 페이지인 셈이다.
◆단순한 전투기를 넘어선 공중 전략 플랫폼
F/A-XX는 현재 미 해군이 쓰고 있는 F/A-18E/F 전투기를 대체할 6세대 함재기다. 2030년대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다.
미 해군 작전 사령관실의 항공전 부서 책임자인 마이클 도넬리 소장은 최근 해군 관련 행사에서 F/A-XX를 “해군의 마지막 유인 전투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F-47 개발사로 보잉이 록히드마틴을 제치고 최종 선정된 것처럼 F/A-XX도 록히드마틴이 탈락했으며, 보잉과 노스롭 그루먼이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롭 그루먼은 차세대 폭격기 B-21 개발사다.

F/A-XX는 미 해군의 5세대 스텔스 함재기 F-35C를 능가하는 성능을 지닐 예정이다. 단순히 적기를 격추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전장의 전체 흐름을 읽고, 드론들을 지휘통제하면서 위협 우선순위를 정해서 교전하는 ‘하늘의 지휘관’에 가깝다. 정보·지휘·타격을 융합한 공중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F-35C는 스텔스 성능이 핵심인 다목적 전투기다. F/A-XX도 스텔스를 중시하지만, AI와 다른 기술들을 통합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전자전 능력과 고속기동성을 갖추게 된다.
항속거리도 차이가 있다. F-35C는 670해리(약 1241㎞)지만 F/A-XX는 F-35C보다 25% 늘어난 837.5해리(1551㎞)로 예상된다. 그만큼 장거리 작전 능력이 향상된 셈이다.
중국의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에 맞서려면 장거리 작전능력이 필수다. 과거 2차 세계대전이나 6·25 전쟁, 베트남전쟁에서 미 항모는 해안과 가까운 곳에 머물며 연안과 내륙 지역을 폭격했다. 항모를 위협할 적 해상세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국과의 대결은 다르다. 중국은 A2/AD 전략을 실행하는 ASBM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항공모함 등으로 동중국해와 대만 해협, 남중국해를 위협권에 넣고 있다. 미 항모타격단은 중국 본토와 멀리 떨어진 태평양에서 함재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 이는 함재기 작전능력 확대를 필요로 한다.

이같은 수요는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미 공군 F-47은 협력 전투 항공기(CCA)라 불리는 무인기 다수를 F-47과 함께 운용하는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F/A-XX도 드론 편대를 이끄는 전투 지휘 플랫폼 기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되지만, MQ-25 무인급유기 도입을 시작으로 무인기 운영을 확장하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이 먼저 이뤄질 수도 있다.
현재 미 해군 항공대는 함상 급유기가 없어서 F/A-18E/F가 일부 임무를 맡고 있다. 이는 함재기 항속거리 연장을 어렵게 하며 함재기 전투력도 제약한다. MQ-25가 급유 임무를 맡는다면 항모 탑재 F/A-18E/F를 온전히 전투에만 투입할 수 있고, 급유능력도 확보된다.
미 해군은 MQ-25가 항모에서 쓸 모든 유형의 드론을 운용할 절차, 지원 기술, 전술, 함상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선구자적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공군기지보다 훨씬 좁은 항모에서 무인기를 사용하기 위한 노하우와 기술 축적을 우선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부분이 해결되고 미 공군 F-47과 CCA의 기술이 안정화되면, 미 해군도 이를 토대로 F/A-XX에 다수의 드론을 결합하는 방식을 취할 전망이다. 이는 2040년대 유인 전투기와 무인체계가 통합된 하이브리드 항공부대 창설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중국과의 미래전 판도에 핵심 역할
미국이 확보하려는 6세대 함재기 F/A-XX의 칼끝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은 J-20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대량생산하면서 J-35 스텔스기를 만들었다. 미국의 F-22·F-35 체제와 유사한 구조다.
J-35는 함재기로도 개량됐다. 함재기로 성능상 한계가 많고 스텔스 성능도 없는 J-15를 능가하는 J-35는 전자식 캐터펄트를 갖춘 003형 항모 푸젠함과 그 후속함으로서 원자력을 동력으로 쓰는 004형 항모에 쓰일 예정이다.
센서 융합과 항공전자장비 성능, 엔진 신뢰성은 F-35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충분한 수량이 갖추고 항모에서 운용된다면, 중국의 A2/AD 전략이 미치는 곳에서 중국 항모전단이 활동하며 해상 통제권 장악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미 해·공군의 중국 해안과 대만해협 접근을 거부하는 것은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공군 J-20, Y-20 전략수송기를 개조한 신형 조기경보기, ASBM, 잠수함 등이 결합하면 해상·항공 입체 전장을 구축할 수 있다.

F/A-XX는 중국의 해상·항공 입체 전력의 접근 거부 전략을 돌파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J-20·J-35보다 더 강력한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등을 갖춰 먼 거리에서도 적기를 탐지할 수 있다.
스텔스 능력을 활용해 중국 조기경보체계의 탐지를 회피하면서 드론과의 협업으로 중국 항모전단을 여러 방향에서 타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AI는 교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드론, 이지스함 등 다양한 출처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전장 상황을 빠르게 융합해 위협 식별 및 교전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설정한다. 네트워크 전쟁에서 공중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AI 기반 전자전 기술은 중국군 통신망과 레이더망을 교란, 초기 단계부터 중국군의 전장 인식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유·무인 복합체계가 더해진다면 그 위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중국의 A2/AD 범위 밖에서 이륙, 무인기와 공동작전을 펼친다면 전자전과 대공망 제압, 미사일 유도 등의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장거리 공대함·공대지 무기를 갖춘다면 중국 항모전단이나 해안 표적 공격도 가능하다.
미 해군이 항모에서 무인기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는 변수다. 공군기지보다 무장·연료 등을 탑재할 공간이 훨씬 작은 항모에 무인기까지 사용하는 것은 운용 및 정비 효율성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고가의 첨단 무인기를 제한적으로 여러 차례 사용할 지, 저렴해서 1회용처럼 쓰고 버릴 수 있지만 성능은 높지 않은 무인기를 대량 운용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다만 ‘전장의 무인화’는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인만큼 F/A-XX 1대가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하면서 정찰·탐색·타격 작전을 벌이는 개념은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이 개발중인 6세대 전투기도 변수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중국에선 청두항공기공업그룹(CAC)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J-36과 선양항공기공업그룹(SAC)이 만들었다는 J-50이 공개됐다.
J-36은 무미익(tailless) 전투기로서 스텔스 성능과 기동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J-50은 3개의 엔진을 장착해 고속 성능과 장거리 비행능력을 강조한 모양새다. 현재 개발 초기 단계로서 실전배치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F/A-XX는 미·중 패권 다툼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무기 경쟁이 아니다. 중국은 J-20·J-35와 항공모함 등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해·공군력의 양적 팽창에 집중했다.
미 해군은 전통적 군비 경쟁 대신 F/A-XX를 통해 양측간 대립 구도를 기술력 경쟁이 아닌 전장 개념 혁신을 통해 미·중 갈등의 룰을 바꾸려 하고 있다.
기체 자체의 성능에 초점을 맞춘 5세대 스텔스 전투기에서 벗어나 스텔스 기능을 중심으로 AI, 무인기, 전자전, 네트워크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모아서 새로운 공중 전략 플랫폼을 만든다. 전장 전체의 통제권을 장악하는 방법을 재정의하는 셈이다.

인도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승패는 ‘누가 더 멀리, 정밀하게, 지능적으로 싸우는가’에 달려 있다.
6세대 전투기는 무기의 경쟁을 넘어서 국가 전략의 방향성과 군사 개념의 진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F/A-XX는 그 신호이자 미국이 중국에 던진 카드다. F/A-XX 프로그램의 향후 전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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