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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이 곧 놀이터”…‘초품아’ 왜 1억 더 비쌀까 [육아동네 리포트②]

입력 : 2025-04-12 10:00:00 수정 : 2025-04-12 12: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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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등생 20년 새 반토막…줄어드는 학교, 높아지는 초품아 수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와 연결된 보행육교를 건너 아이들이 등교 중이다. 고층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과 층간소음 등 생활 환경을 고려한 주거 선택이 3040 부모들 사이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편집자주|‘육아동네 리포트’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40 부모들의 삶과 선택을 따라갑니다. 아기 울음 한 번에 바뀌는 집, 거리, 인생의 궤도까지. 변화의 중심에 선 가족의 이야기를 8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온라인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지난 9일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단지. 벚꽃이 만개한 육교 위로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걸어간다. 다리 아래로는 차가 오가지만, 아이들은 단 한 번도 도로를 건너지 않고 학교에 도착한다.

 

이 아파트는 육교로 학교와 직접 연결돼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육교 끝에 가까운 몇 개 동은 ‘로얄동’이라 불린다. 아이의 등굣길이 곧 놀이터이고, 부모의 퇴근길이 곧 하교길이 되는 곳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박모(39·여)씨는 “아침마다 저 다리를 건너는 아이 모습을 보면, 이사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라며 “초등학교가 집 앞에 있다는 조건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단지. 단지 앞 초등학교와 연결된 육교를 통해 아이들이 도로를 건너지 않고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다. 등하교 동선의 안전성과 도보 통학 가능 여부는 3040 부모들의 주거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3040 부모들은 단순히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를 찾지 않는다. 등하교길의 안전성, 돌봄 여건, 학교의 존속 가능성까지 꼼꼼히 따지며, 아이의 일상과 가족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주거지를 선택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초등학교가 인접한 아파트,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는 단순한 선호를 넘어, 자녀 교육을 중심에 둔 주거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3040 부모에게 ‘학교 앞’이라는 조건은 더 이상 선택의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집을 결정짓는 가장 현실적이고 우선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또 다른 아파트는 단지 놀이터에서 학교까지 바로 연결된다. 이 단지의 시세는 주변 아파트보다 1억원 이상 높게 형성돼 있다. 이유는 간단한데 ‘학교 바로 앞’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모(41·여)씨는 “같은 평수, 같은 연식인데도 가격 차이가 난다”라며 “학부모들 사이에선 '여긴 무조건 학교 앞이라 값어치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주요 자치구에선 초등학교까지 도보 3분 이내 거리의 아파트가 인근보다 5~15% 높은 시세를 형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격 프리미엄은 단지 간의 차이를 넘어, 단지 내부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단지 안에서도 학교와 가장 가까운 동이 ‘로얄동’으로 불리며 가격차가 나는 구조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와 연결된 초등학교. 학교와 가까운 단지일수록 실거래가와 거래 속도 모두 높은 양상을 보인다. ‘학교가 있는 동네’는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도 여전히 주거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인 이곳은 동에 따라 배정 초등학교가 갈린다. 선호도가 높은 A초등학교 배정 여부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구조다. A초등학교에 배정되는 ○○동, △△동, □□동의 경우 2025년 3월 기준 실거래가는 13억~13억 4700만 원 수준. 반면 B초등학교에 배정되는 ◇◇동, ◆◆동은 12억 8000만 원에 거래된 사례도 확인됐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 최모씨는 “부모들이 먼저 물어보는 동은 정해져 있다. 학기 직전엔 ‘○○동 남았냐’는 전화만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은 2025년 3월 한 달 동안에만 네 건의 매매가 이뤄졌고, 모두 13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이어 “배정 학교 선호도가 높으면 단지 내에서도 가격과 거래 속도가 함께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프리미엄을 감수하고 학교 앞 아파트를 택한다. 등하교 안전, 돌봄교실 이용 가능성, 폐교 우려 없는 학교라는 실질적 조건때문이다.

 

학교가 문 닫을 걱정이 적다는 점도 한몫한다.

 

서울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생 수는 2003년 75만 명에서 2023년 38만 명으로, 20년 새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처럼 학생 수가 줄어들자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기준 ‘통폐합 검토 대상’ 초등학교 13곳을 발표하기도 했다.

 

학교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불안감을 안겼다.

 

“혹시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문을 닫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은 자연스럽게 ‘폐교 우려 없는 안정적인 지역’, 즉 학교 수요가 꾸준한 지역으로 이사를 고려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저출생으로 인해 부모와 조부모의 자녀(손주)에 대한 교육 투자 집중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며 “사교육의 연령이 낮아지고, ‘4세 고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어린 자녀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아지면서 초품아 아파트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실제로 학군이 우수하거나 입시 관련 사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일수록 집값과 임대차 수요가 높은 경향이 뚜렷하다”며 “입시 일정에 맞춰 대치동 월세를 구하는 학부모처럼, 교육과 부동산은 여전히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편 예고|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소리’에 예민해집니다. “뛰지 마”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다 지친 부모들. 이제는 아이의 소리 하나에도 마음 졸이는 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3040 부모들의 주거 고민을 들어봅니다. 층수, 단지 구조, 방음 여부 등 ‘소리’는 이제 부동산 선택의 새로운 기준이 됐습니다. 다음 주 ‘육아동네 리포트’에선 이런 변화 속에서 집을 고르는 3040 부모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글·사진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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