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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과태료 50만원 내면 그만?…‘믿지 못할’ 여론조사업체, 관리감독도 ‘엉망’ [끝나지 않은 논란 ‘부정 선거’]

, 이슈팀

입력 : 2025-04-12 06:00:00 수정 : 2025-04-12 14: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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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선거의 시작, 여론조사가 불안하다 ①
느슨한 기준에 업체 난립…프랑스의 4배 육박
낮은 과태료에 업체들 “그냥 내고 말지” 일쑤
“등급제 도입·조사 기록 보관 등 대책 필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50여 일 뒤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되자 ‘민심의 풍향계’가 다시 요란하게 돌아가고 있다.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가 쏟아지고 있어 이들의 지지율 동향을 수시로 확인할 여론조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사 수행기관이나 의뢰 주체에 따라 널뛰기하듯 달라지는 결과에 더해 제20대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명태균 씨 사건까지. 공정 선거에 대한 기대와 의심 속에 여론조사의 신뢰도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편향된 여론조사가 민심을 왜곡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편에선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실태(①)와 조사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②)를 짚어본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챗GPT 생성 AI 이미지

 

다시 여론조사 시즌이다. 문제는 홍수를 이룰 조사 결과들의 신뢰도를 충분히 보증할 수 있는지다. 선거여론조사를 감독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각 기관의 조사 품질을 보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여론조사업체 등록 기준과 제재 규정 등 관리감독 체계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세계일보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8년~2025년 여심위 선거여론조사기관 실태점검 결과에 따른 조치내역’에 따르면, 등록 기준 등을 위반해 경고(1), 준수촉구(16), 과태료(11), 직권등록취소(2) 등의 조치가 내려진 사례는 총 30건이다.

 

그래픽 = 양혜정 기자

 

주된 조치 사유는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 신청 사항 중 변경이 생겼지만 신청 기한 내 이를 반영하지 않은 건으로, 8개 업체에 각 50만원, 3곳에 100만원씩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여심위는 등록된 업체들이 △분석전문인력 수 3명 이상을 포함한 상근 직원 수 5명 이상 △연간 여론조사 매출액 1억원 이상(설립 1년 미만인 경우 5000만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매년 실태점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서류상 요건 충족 여부를 위주로 점검하다 보니, 실제 운영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업체 55곳 중 상당수는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없거나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준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 시 신고 매출액은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이 13곳,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이 41곳이었다. 매출이 10억원을 넘는 곳은 단 1곳뿐이다.  

 

그래픽 = 양혜정 기자

 

이렇다 보니 등록 요건을 맞추기 위해 대표자를 분석전문인력 수에 포함시키는 곳은 29곳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외형상으로는 선거여론조사기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영업 활동만 수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느슨한 제재 기준도 업체들이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할 동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직선거법상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됐거나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한 경우 기관 등록이 취소되지만, 별다른 제한 없이 재등록이 가능하다. 선거여론조사 관련 범죄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등록이 취소된 날로부터 1년간 재등록이 제한된다.

 

과태료 금액이 지나치게 낮아 제재로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르면, 변경 등록 기한을 지키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기본 과태료는 30만원에 불과하다. 기한 초과 시 하루당 10만원씩 가산돼 최대 100만원까지 청구할 수 있다. 업체들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어서 평소 규정을 느슨하게 지키다 당국으로부터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내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는 “일단 등록 기준을 최소한으로만 갖추고 기한 내에 못 맞추는 부분에 대해선 그냥 과태료를 내고 말지 식의 마음이 있다”며 “실제로 이런 기준이 조작 등을 걸러낸다거나 조사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보장해주진 않아 기준 자체는 물론 점검도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시장의 낮은 진입 장벽 탓에 영세업체가 난립하고, 이들 중 일부가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말려 조사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여론조사에 대해 법적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은 13곳에 불과하지만 매출 구조와 규모는 훨씬 견조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보다 선거가 잦고 인구가 많은 일본도 20여곳뿐이다. 

 

선거여론조사의 질을 보다 엄격히 관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관 등급제’ 도입이 거론된다. 미국은 여론조사기관들 각각의 과거 선거 예측 정확도를 기준으로 A부터 D까지 등급을 매겨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등급제는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민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여론조사업체의 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 간 오차를 비교해 업체별 등급을 부여하고, 일정 등급 이하 업체는 일정 기간 조사를 제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특히 선거여론조사는 공공성이 강한 만큼, 통화 조사 기록 보관 등을 의무화해 여론조사 수행 시 투명성을 높이고 조사의 질과 신뢰도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홈페이지 캡처

 

국회에서도 여론조사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법안 발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이 1월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선관위 규칙에 따라 정해진 여론조사기관의 등록 요건을 법률로 상향해 국회 통제를 받도록 했다. 같은 당 양부남 의원은 지난달 선거여론조사 전문인력의 교육을 의무화하고, 여론조사기관 실태점검을 법률로 상향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놨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해 10월 여론조사기관 등록 취소 사유를 기존 선거여론조사 관련 범죄에서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확대, 부정 여론조사기관의 재등록 불허 등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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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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