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고용시장에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 수가 20만명 이상 감소한 가운데 인구감소 효과를 감안한 고용률 역시 1.4%포인트 뒷걸음질 했다. 특히 청년층 중 핵심 연령층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 후반(25~29세) 고용률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수출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 전망도 밝지 않아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청년 고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은 44.5%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1.4%포인트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해 5월부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20대 후반 고용률도 최근 들어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20대 후반 고용률은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총 12개월 중 6개월 플러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월과 2월 각각 1.4%포인트 줄고, 지난달에도 1.3%포인트 감소하는 등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고용률이 감소에는 경력직 선호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입보다는 성과를 바로바로 낼 수 있는 경력직 채용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경력적 선호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20대 초반에 취업을 못한 청년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 있는 등 여전히 고용시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126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상반기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인원 중 경력직 비중은 평균 31.2%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포인트 올랐다. 특히 경력직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이 23.8%로 작년(8.1%)보다 15.7%포인트 급증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0대 쉬었음 인구는 41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5만8000명(16.3%) 증가했다. 20대 쉬었음 인구 증가율은 지난해 5월 2.4%를 기록한 뒤 6월 10.6%로 두 자릿수 증가폭을 나타냈다. 이후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쉬었음 인구는 뚜렷한 이유 없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를 말한다. 지난달 청년층 중 ‘실업자’, ‘취업준비’, ‘쉬었음’ 인구를 더한 규모는 119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만4000명 증가했다.

20대 후반을 중심으로 한 청년층의 고용 부진은 단순히 ‘소득 정체’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김소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차후 경제 주축이 될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정착하지 못하면 유휴인력으로 흡수될 확률이 높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저해시키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여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향후 고용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성장률은 정부 전망치(1.8%)가 무색하게 1%대를 밑돌 것이란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예상보다 빠르고 큰 규모로 시행되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7%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불법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올해 정부 예산이 긴축적으로 편성된 점도 악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회 예산 심의에서 감액 절차만 반영되고, 증액 논의가 생략되면서 올해 정부 총지출(673조3000억원)은 전년보다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재부는 “미국발 상호관세 부과 등으로 통상 리스크가 확대되며 제조업 및 연관산업고용 창출여력에 추가 하방요인으로 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히 마련하는 등 정부가 재정을 풀어 일자리 감소 흐름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재난 극복과 경기 침체 방어를 위한 추경이 시급하다’ 보고서를 통해 “세출 추경 분야에 대해서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분야인 민간소비 및 일자리 창출 등 관련 부문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정지출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큰 SOC 등 정부투자 관련 분야에 대한 추경도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며,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에 대응하여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등 분야에 대한 추경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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