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19일 서울 강북구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4·19 의거 6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기념사를 했다. 엄연히 현직 국가원수인 문재인 대통령이 존재했으나 임기 만료가 20일가량 남아서인지 사람들 시선은 차기 대통령이 될 윤 당선인에 쏠렸다. 그는 기념사에서 “목숨으로 지켜낸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국민의 삶과 일상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소중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4·19 의거를 가리켜 “국가의 주인은 오로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살아있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듬해인 2023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4·19 의거 6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어느덧 취임 후 1년 가까이 지난 윤 대통령이 행사를 주관했다. 그런데 기념사 내용이 조금 달라졌다. 앞부분에서 4·19 정신을 강조한 점은 평이했으나 막바지에 느닷없이 이른바 ‘가짜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위협 세력’을 겨냥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거짓 선동, 날조, 이런 것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저희는 많이 봐 왔다”며 “이러한 거짓과 위장에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2024년 4·19 의거 기념식에 윤 대통령은 아예 불참했다. 대신 그날 아침 8시에 대통령실 관계자 등과 따로 4·19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당시는 22대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한 직후였다. 세간에서는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들과 마주하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중 한 번 정도만 기념식에 직접 참석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 대신 기념식을 주관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반듯한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오는 19일은 4·19 의거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그 보름 전인 4일 헌법재판소가 국회 탄핵소추를 받아들여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을 파면했다. 65주년은 5년 또는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정주년(整週年)에 해당하는 만큼 여느 해와 달리 공들여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궐위 상태로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하고 있어 오히려 평소보다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에서 기념식이 열릴 듯하다.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4·19 의거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던 약속을 제대로 실천했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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