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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없는 4·19 의거 65주년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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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2 15:00:00 수정 : 2025-04-12 14: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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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19일 서울 강북구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4·19 의거 6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기념사를 했다. 엄연히 현직 국가원수인 문재인 대통령이 존재했으나 임기 만료가 20일가량 남아서인지 사람들 시선은 차기 대통령이 될 윤 당선인에 쏠렸다. 그는 기념사에서 “목숨으로 지켜낸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국민의 삶과 일상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소중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4·19 의거를 가리켜 “국가의 주인은 오로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살아있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2024년 4월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 4·19민주묘지를 찾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참배 후 4·19 의거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듬해인 2023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4·19 의거 6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어느덧 취임 후 1년 가까이 지난 윤 대통령이 행사를 주관했다. 그런데 기념사 내용이 조금 달라졌다. 앞부분에서 4·19 정신을 강조한 점은 평이했으나 막바지에 느닷없이 이른바 ‘가짜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위협 세력’을 겨냥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거짓 선동, 날조, 이런 것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저희는 많이 봐 왔다”며 “이러한 거짓과 위장에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2024년 4·19 의거 기념식에 윤 대통령은 아예 불참했다. 대신 그날 아침 8시에 대통령실 관계자 등과 따로 4·19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당시는 22대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한 직후였다. 세간에서는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들과 마주하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중 한 번 정도만 기념식에 직접 참석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 대신 기념식을 주관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반듯한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건물에 태극기와 나란히 게양돼 있던 봉황기(鳳凰旗)가 내려지고 있다.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기의 강하는 곧 대통령이 궐위 상태임을 뜻한다. 연합뉴스

오는 19일은 4·19 의거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그 보름 전인 4일 헌법재판소가 국회 탄핵소추를 받아들여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을 파면했다. 65주년은 5년 또는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정주년(整週年)에 해당하는 만큼 여느 해와 달리 공들여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궐위 상태로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하고 있어 오히려 평소보다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에서 기념식이 열릴 듯하다.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4·19 의거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던 약속을 제대로 실천했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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