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 “트라우마와 복수심, 복잡한 표현 힘들어”
박해수 “화상 환자로 특수분장하면
자연스레 말투·행동 바뀌어
넷플릭스 시리즈 7번째 출연
이 정도면 넷플 5급 공무원”
신민아 “성폭행 트라우마 고통받지만
복수 대신 악연의 고리 끊어
결국 모든 악행은 벌 받아
악역도 꼭 해보고 싶어”

인연의 소중함을 보여준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잔인한 인연의 고리를 표현한 ‘악연’으로 넷플릭스가 2연타를 날렸다.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은 악한 선택을 한 악인이 다른 악인과 엮이는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 4일 공개 이후 ‘폭싹 속았수다’를 제치고 국내 톱10 시리즈 중 1위를 기록했고, 사흘 뒤에는 글로벌 톱10 시리즈 비영어 부문 5위와 37개국 톱10에 진입하며 해외에서도 흥행했다.
‘악연’에서는 다양한 악인이 등장하지만, 가장 큰 악을 꼽자면 단순 ‘목격남’처럼 등장해 악행을 저지른 김범준 역이다. 반면 악연으로 묶인 주인공들 중 유일하게 선한 역할은 성심종합병원 신경외과 의사인 이주연이다. 김범준과 이주연을 각각 연기한 배우 박해수와 신민아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박해수는 극 중 역할에 대해 “이 정도까지 극한에 치닫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는 드물기 때문에 호감도 가고 끌리기도 했다”며 “역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가 연기한 김범준은 돈을 벌기 위해 무고한 노인을 차로 친 후 사기 행각까지 벌이는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박해수는 범준을 부적절한 코미디처럼 묘사하려고 했다. 그는 “일반적 악인과는 다른 인물이라 극 중에서는 심각해 보이지만, 밖에서 보면 코미디나 우화처럼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절대악을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극단의 감정을 터트리면서도 범죄자의 불안함과 외로움이 엿보여야 했다. 이를 위해 촬영장에서 줄곧 예민한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신 화상 환자를 표현하기 위한 특수분장이 되레 탈출구가 됐다. 박해수는 “분장의 힘이 있었다”며 “촬영 초반에는 세 시간 정도 (분장 시간이) 걸렸는데 그 과정을 경건하게 받아들이면서 역할에 빠져들게 됐던 것 같다. 분장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말투와 행동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신민아와 함께 연기했던 장면을 인상 깊은 순간으로 회상했다. 박해수는 “범준은 다른 악인들을 마주할 때면 주도적으로 먼저 공격하는데, 이주연을 보자 대본엔 없었는데 저도 모르게 손으로 눈을 가린다거나 뒷걸음치게 됐다”며 “신민아 배우가 가진 선한 단단함의 에너지를 크게 느꼈다”고 치켜세웠다.



신민아가 연기한 이주연은 어릴 적 성폭행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다른 등장인물과 다르게 ‘악연’ 속 유일한 피해자이자, 선인이다. 복수하지 않은 채 악연의 고리를 끊고, 스스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신민아는 “장르 특성상 시원하게 복수를 하면 카타르시스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피해자인 주연이 가해자와 같은 방식으로 복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시지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인물이 사건에 얽혀 있지만,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벌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악연’의 영어 제목은 ‘카르마(Karma·업보)’다.

신민아는 트라우마와 복수심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복잡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는 “인물이 갖고 있는 내면의 감정과 갈등 그리고 고통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고민이 컸다”며 이일형 감독과 장시간 주연의 감정과 표현 수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신민아는 기회가 된다면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 숙제이면서도 모든 배우가 꿈꾸는 환상이잖아요. 제 필모그래피에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 많지 않은데도 ‘로코퀸’, ‘러블리하다’고 말씀해주시면 정말 감사해요.”

유독 장르물 연기가 많았던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에 이어 이번 ‘악연’까지 넷플릭스 시리즈에 일곱 번 출연했다. 올해 공개를 앞둔 ‘대홍수’와 ‘굿뉴스’도 넷플릭스 영화다.
“저 정도면 넷플릭스 5급 공무원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부담감은 있지만, 출연작을 결정할 때는 배우 박해수로서 대본을 읽었을 때 이 작품이 정말 재미있는지가 첫 번째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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