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7년 프랑스 파리. 영화 ‘마리아’(16일 개봉·사진)에서 관객이 만나는 쉰셋의 마리아 칼라스는 오페라 가수로 재기하기엔 이미 너무 허약해진 상태다. 무대, 건강, 오랜 연인 오나시스. 수년간 많은 것을 잃은 그는 향정신성 약물에 집착하며 식사는 거른다. 야윈 그의 육체에서 유일하게 풍성한 부분은 긴 곱슬머리뿐이다.
‘마리아’는 칼라스가 목소리를 잃은 후 심장마비로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나날을 다룬다. 광범위한 의미의 전기 영화지만, 많은 말로 그의 생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사는 연극적으로 정제됐고, 시간은 비선형적으로 흐른다. 약물에 취한 환각과 회상 장면들이 교차하며 칼라스가 라 스칼라와 메트로폴리탄, 코번트 가든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을 호령하며 절정의 명성을 누리던 시절과 나치 점령 아래 고국인 그리스에서의 트라우마 어린 유년기까지를 흑백 화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칼라스가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오페라 극장을 찾아 반주자와 함께 호흡하는 장면은 너무 가혹해서 심금을 울린다. 반주자는 디바의 재기를 도우려 하지만, 결과적으로 칼라스의 망가진 음성을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킬 뿐이다.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후반부에서, 영화는 실제 생애에선 더 이상 무대에 오르지 못한 칼라스를 가상의 무대에 세워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르도록 하며 그녀의 목소리를 복원하려 한다.
칠레 출신인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재클린 케네디를 다룬 영화 ‘재키’(2016년), 다이애나 왕세자빈을 그린 ‘스펜서’(2021년)에 이어 이 영화로 여성 서사 3부작을 완성했다. ‘마리아’ 속 존 F 케네디와 재키의 등장으로 3부작의 시작과 끝은 묘하게 만난다. 앤젤리나 졸리는 위엄 넘치는 연기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디바 역을 소화했다. 7개월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영화 속 아리아를 직접 노래했고, 졸리의 노래는 디지털 기술로 칼라스의 음원과 합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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