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정부가 당초 발표보다 2조원 증액한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안을 살펴보면 재해·재난 대응에 3조원 이상,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4조원 이상,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4조원 이상이 각각 편성됐다. 이를 통해 재해대책비를 기존 약 5000억원에서 2배 이상 늘리고, AI·반도체 등 인프라·금융·연구개발(R&D)에 2조원 이상 지원을 확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또 소상공인이 공공요금·보험료 납부에 쓸 수 있는 ‘부담경감 크레딧’을 연간 50만원 수준에서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회, 언론 등의 다양한 의견을 고려했다”고 증액 배경을 설명했지만, 민생·경기의 회복 마중물로 보기에 추경 규모가 다소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달 경남·북, 울산에서 11개 중대형 산불로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해 지역경제가 초토화된 데다 외환위기 수준의 내수 부진, 글로벌 관세전쟁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까지 커진 게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관세 충격으로 채산성이 악화될 수출기업 지원과 내수 진작에 과감한 재정 지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추경이) 최소한 15조원은 돼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경기 하강이 가팔라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와 국민의힘도 증액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
다만 증액 논의가 정쟁으로 흘러 신속을 요하는 추경 처리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전 국민 대상 민생지원금 등 선심성 정책이 끼어들어선 곤란하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지원 확대를 비롯한 ‘퍼주기’나 다름없는 항목을 슬쩍 끼워 넣을 심산이라면 아예 접는 게 낫다. 국민의힘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270만명을 상대로 1인당 최대 50만원을 선불카드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 전력이 있다.
추경 성공의 관건은 무엇보다 타이밍에 있다. 경기가 더 꺾이기 전에 확정해야 기업·소비자 심리 위축에 손쓸 시간을 벌 수 있다. 일각에선 내달 초에나 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 상정까지 보통 1개월 안팎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최대한 서두른다면 4월 국회 처리도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늦어질수록 서민·자영업자의 고통은 커지고 경기회복의 불씨를 되살리기는 버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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