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미모의 그리스 여인 니오베는 부러울 게 없었다. 도시 국가 테베의 왕비로 권력을 즐겼고 아들과 딸을 일곱씩이나 둔 다복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경솔하고 겸손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급기야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남매 궁술의 신 아폴론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모욕하면서 그 본색을 드러냈다.
매년 이들의 축제가 열리는 것을 시기하고 질투한 니오베가 일곱 명의 아들과 일곱 명의 딸을 둔 것을 자랑하면서 자식을 둘밖에 낳지 못한 레토를 비웃고 사람들을 시켜 축제를 무산시켰다. 그러자 화가 난 레토가 아폴론에게는 그녀의 아들들을 죽이게 하고, 아르테미스에겐 그녀의 딸들을 죽이게 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 소식을 들은 테베의 왕은 자살했고 니오베는 마음의 고통을 안고 돌로 변하고 말았다.

이 작품은 그 내용 중 하나로 도망치는 니오베의 딸이 등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다. 화살을 뽑아내기 위해서 두 손을 뒤로 젖혀 안간힘을 쓰고 있고 옷이 미끄러지면서 벗겨지고 있다. 고통에 찬 얼굴 표정과 뒤틀린 몸통의 묘사가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손과 다리의 흐트러진 자세나 대리석을 깎아서 만든 옷 주름의 묘사는 놀랍도록 사실적이다. 앞과 뒤로 뻗은 다리와 팔, 뒤로 젖힌 몸통 등이 기하학적 균형도 이룬다. 기원전 4세기 고전기 그리스 시대 작품이다. 고전기 그리스 미술은 아테네 중심의 그리스 연합군이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맞이한 정치적인 안정기에 형성됐다. 사람들의 의식과 사고 능력이 진화했고 자연과 사물의 본질에 관한 탐구에도 열중하면서 자연과학, 기하학, 철학 등이 발달했다. 미술에서도 사실 세계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설득력 있는 묘사가 강조됐으며 감각적인 묘사를 넘어 기하학적인 균형도 이루려고 했다.
신화 속 내용을 작품으로 다루어서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고 생활의 규범으로 삼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에 빠져서 교만해지고 신의 위엄에 도전하면 그 결과가 어떤가를 보여주는 등.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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