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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돈바스 요새 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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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1 22:57:39 수정 : 2025-08-21 23:46:06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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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저서 ‘유대 전쟁사’(The Jewish War)에 등장하는 ‘마사다 요새’(Masada Fortress)는 외세 침략에 굴하지 않은 곳으로 유명하다. 마사다는 예루살렘 남쪽 사해(死海) 부근 광야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다. 1차 유대·로마 전쟁으로 예루살렘이 함락된 뒤 일부 유대인들이 이곳으로 도피해 3년 이상 항전을 이어갔다. 최후에는 960명에 달하는 저항군 전원이 자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날까지도 이스라엘 국민에게 안보의 소중함과 끈질긴 저항정신을 일깨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기 전인 1936년 프랑스는 독일과의 전쟁을 대비해 독일 접경지대에 총연장 350㎞에 달하는 ‘마지노선’(Maginot Line)을 구축했다. 당시 마지노선은 지하 요새와 대전차 방어시설을 갖춰 보급 없이도 수개월 동안 방어가 가능했다고 한다. 프랑스 국민은 난공불락이라 여겼다. 그러나 독일군이 마지노선을 우회해 공격하면서 요새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우리에겐 강화도가 외침에 맞선 요새였다. 고려말 몽골 침략에 맞선 최씨 무신정권은 강화도로 천도(1232년)한 후 38년간 전투를 이어갔다. 강화도가 몽골군에 뚫리지 않은 건 섬 서쪽과 남쪽 해안은 갯벌이 많아 접근이 어려웠고, 동쪽은 섬과 육지 사이 강화해협의 거센 물살 탓에 해전에 약한 몽골군이 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철옹성이 병자호란 때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전쟁 지속 여부를 결론 낼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가 양도를 요구한 돈바스 지역이 종전협상의 최대 난제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와 루한스크주를 아우르는 이곳은 이미 88%가량이 러시아 손에 넘어간 상태지만 도네츠크 서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이 버티고 있다. 철조망과 지뢰에다 소위 ‘용의 이빨’로 불리는 대전차 콘크리트 등을 겹겹이 쌓아 약 50㎞에 걸쳐 구축한 ‘요새 벨트’(fortress belt) 덕택이다. 역사 속에서 끝까지 함락되지 않은 요새는 드물었다. 돈바스 요새 벨트가 외침에 끝까지 저항한 역사적 장소로 남을지는 전적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달렸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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