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발표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출석 거부로 휴강 중인 전국 의대 일부에서 수업이 재개된다. 경북대와 전북대 의대는 오늘, 전남대 의대는 이달 중순부터 예정된 학사일정을 진행키로 했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의대들도 서둘러 학업 정상화에 동참하길 바란다. 의대생들은 의사 증원 등 의료개혁을 둘러싼 정부와의 협상은 교수들에게 맡기고 조속히 강의실로 돌아가 학업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몇몇 의대가 내린 결정은 이달 중순이 지나면 수업일수 부족으로 대량의 유급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고민에서 비롯했다. 집단 유급에 따른 의대 교육 지연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의사 자격증 취득이 늦어질 뿐 아니라 군의관과 격오지 주민들을 돌볼 공중보건의 부족 사태가 빚어진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검토 전부터 군의관과 공보의 수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왔다. 병역의무가 있는 의대생 상당수가 복무기간이 긴 군의관(38개월)이나 공보의(37개월) 대신 육군 병사(18개월)를 택하는 탓이다. 의대생들이 한국 사회 최고의 엘리트라면 국가가 직면한 과제에 눈감아선 안 될 것이다.
의대생들의 반발을 산 의사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의사단체와 대화를 시도했다. 의료계가 합리적 방안을 내놓으면 2000명 증원 방침에서 물러설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대안 제시는 않고 증원 철회만 고집하며 요지부동이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이과 국민이 나서서 부흥시킨 나라를 문과 지도자가 말아먹는다”고 주장했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는 현 상황을 밖에서 얻어맞고 온 자식(전공의)을 둔 부모(의대 교수)의 처지에 빗대며 “에미 애비가 나서서 일진 부모 만나서 담판지어야죠”라고 했다. 명백한 문과생 혐오이자 대통령 비하 발언이 아닌가. 요즘 정치권 일각의 후진적 행태와 판박이라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은 대통령실의 대화 제안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앞서 윤 대통령과 면담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놓고 전공의 일부가 탄핵 운운하는 등 내분이 커지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의사들은 어설프게 정치인 흉내를 내지 말고 신속히 의료현장에 복귀해 본업인 환자 치료에 매진하는 한편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의료개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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