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다음달 말 서울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달 우리 정부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갖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쯤 열릴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무산됐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이후 4년5개월 만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가시화한 것은 동북아시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가 의장국이 되는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들어 대만 문제,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재편 문제 등 미·중 간의 갈등 요소는 한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은 한국, 일본과 이해관계가 맞는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한·중·일 정상회의 공백 기간 동안 한·미·일의 공조가 더욱 탄탄해져 틈을 벌려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미·중 문제는 양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중국에 호응하고 나선 것은 머리 위에 이고 있는 북핵 문제와 북한의 인권문제가 중국의 협조 없인 해결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유엔 제재로 곤경에 처한 북한의 ‘뒷배’가 돼주고 있는 현실과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북·러 간 군사협력은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1차 군사정찰 위성 발사에 이어 최근 고체연료 중거리 극초음속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은 한국과 주일미군, 괌 미군기지, 그리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무력시위다.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억제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교수립 30년에 걸맞게 한·중 관계가 명실상부한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이어지려면 중국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정부가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등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이뤄진 탈북민 강제북송 조치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해선 안 될 것이다.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소원해진 한·중관계를 복원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신뢰의 기초를 쌓아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야만 시진핑 주석 방한도 성사될 것이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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