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불통 리더십 먼저 바꾸고
여야 ‘영수회담’도 거부 말아야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최악의 참패를 당하자 여권 전체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사의를 밝혔다. 내각 총사퇴 카드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10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어제 사퇴했다. 리더십 공백을 우려할 정도로 당·정·대에 대대적인 인적개편이 예고된 것이다.
국민의힘이 108석에 그치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 소추, 법률안 재의요구(거부권) 무력화를 저지할 의석(101석 이상)은 가까스로 확보했지만 입법을 통한 정책 추진은 어렵게 됐다. 더구나 안철수 의원 등이 ‘용산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여당 내 국정쇄신 요구는 점차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제대로 국정을 펼칠 수 없는 ‘식물정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윤 대통령 자신도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거의 식물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제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 윤 대통령은 국정기조를 전면 혁신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대적인 인적개편과 국정운영 방식 변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소통 강화 조치도 강구 중이다. 그러나 정권 심판의 태풍이 몰아친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의 오만과 불통 리더십 때문이다. 정책 추진은 일방통행식이었고, 야당을 만나 협조도 구하지 않았다. 자신으로 인한 각종 논란도 아무런 해명 없이 뭉개고 지나가기 일쑤였다.
여권이 민심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 본인부터 변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변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가장 시급한 것은 야당과의 소통과 대화다. 22대 국회에서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만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야당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말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79석으로 정권교체를 하기도 했다. 다행히 안철수, 나경원, 김태호 등 국민의힘을 이끌고 갈 중진들이 다수 생환했다. 이들과 함께 위기 돌파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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