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 체제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꾸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어제 4선 이상 당선자 간담회 직후 “전당대회를 하려면 당헌·당규상 비대위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고위원회가 있는 상태이면 비대위를 거칠 필요가 없는데 지금 최고위가 없어 전당대회를 열려면 실무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비대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비대위 시기와 방법은 정해진 게 없다. 오늘 22대 국회 108명의 당선자 총회에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방향을 정하게 된다. 관리형 비대위를 거쳐 늦어도 6∼7월에는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 나왔다고 한다.
현재로선 비대위를 짧게 가져간 뒤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쪽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윤 권한대행이 가까운 시기에 비대위를 꾸릴 수도 있고,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당대표 권한대행 자격으로 비대위를 구성하게 할 수도 있다. 조기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당 대표의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당이 야당에 과반을 넘겨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울산) 지역 등 영남권에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122석 중 겨우 19석을 얻었을 정도로 참패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에 영남당 이미지를 벗지 못한 탓이 크다. 당 대표 얼굴이 누구냐에 따라 국민의힘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를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새 당 대표는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총선 민의를 보면 대통령과 거리가 있는 대표가 성공확률이 높다. 당원들의 눈높이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춘 인사여야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박수받을 것이다. 그간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수직적 관계로 끌려다닌 것도 대통령과 가깝거나 친분 있는 사람을 대표에 앉혔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 가감 없이 민심을 전달하려면 처음부터 대통령의 입에 맞는 인사는 당원들이 배제하는 게 옳다.
국민의힘 하면 ‘비수도권당’, ‘노인당’ 이미지가 강하다. 흩어진 보수 지지층을 재결집하고, 20∼30청년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회복해 명실상부한 전국적인 당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체질을 확 바꾸는 게 급선무다. 국민의힘이 뒤늦게라도 총선 민의를 읽었다면 새 당 대표부터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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